조명균 통일장관 주최 강릉 만찬에
北 고위급 대표단 전원 참석
김영남 “올림픽 성황… 진심으로 축하”
최문순 강원지사와 김영남이 대화 주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특사 자격으로 한국을 찾은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서울 방문 소감은 “낯설지가 않다”였다. 김 제1부부장이 서울을 찾은 건 처음이다.
김 제1부부장은 10일 저녁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남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위해 강릉 스카이베이 경포호텔에서 주최한 만찬에 참석했다. 동석한 최문순 강원지사가 대표단 일행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 “어제 추웠는데 감기는 안 걸리셨습니까?” 미소를 지으며 말 없이 앉아 있던 김 제1부부장은 “별로 춥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어제는 날씨가 춥긴 했지만 그럴수록 동계 올림픽이라는 것을 더 절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적절한 기온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 지사가 다시 김 제1부부장에게 말을 걸었다.
“김여정 제1부부장께서는 서울이 처음이시죠?”(최 지사)
“처음입니다.”(김 제1부부장)
“그런데 어떻습니까.”(최 지사)
“낯설지가 않습니다.”(김 제1부부장)
대화를 주도한 건 최 지사와 김 상임위원장이었다. 김 상임위원장은 “다시 한 번 동계올림픽 대회가 성황리에 훌륭히 진행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북남, 해외 온 겨레의 환호와 박수 속에서 대성황리에 개최됐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민족의 화해와 단합, 북남관계 개선ㆍ강화, 나아가 우리 민족의 단합과 조국 통일이 꼭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덕담했다. 그는 “그런 신심을 받아 안고 앞으로 평양으로 가게 되리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날 만찬에는 김 제1부부장을 비롯해 김 상임위원장,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 전원이 참석했다. 남측에서는 조 장관과 천해성 통일부 차관,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김기홍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기획사무처장, 최 지사가 자리에 함께했다.
오후 6시 23분쯤 김 상임위원장과 조 장관, 김 제1부부장이 차례로 만찬장인 호텔 20층 식당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제1부부장은 와인색 재킷과 검은색 정장 바지, 검은 코트 차림이었다. 김 제1부부장 등 북측 인사는 모두 가슴에 김일성ㆍ김정일 배지를 달고 있었다.
준비된 요리는 한우 안심 스테이크와 왕새우구이를 메인으로 한 코스 요리였다. 강원 강릉시 교동에서 만든 한과와 복분자주도 테이블에 올랐다.
만찬은 오후 8시쯤 종료됐다. 오후 8시 23분쯤 만찬장을 나가던 리선권 위원장은 “만찬은 어떠셨느냐”는 남측 취재진 질문에 “아주 좋았습니다”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뒤따라 나온 김 상임위원장과 김 제1부부장은 같은 질문에 대해 미소로 화답했다.
이날 만찬에는 김정은 위원장 집권 뒤 국방위원회 서기실장으로서 첫 비서실장 역할을 한 김창선이 보장성원 자격으로 배석했다. 김창선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모두 보좌한 인물로 김 제1부부장 방남 기간 동안 밀착 수행 임무를 맡고 파견된 것으로 보인다. 김창선은 이날 김 제1부부장 등이 문재인 대통령을 면담할 때도 동석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강릉=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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