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전세계, 남북에 거는 기대 커”
김여정 “남북이 다른 말부터 통일해야겠다”
김영남 “통일되는 그날까지 건재하고 싶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의 오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한 시간 남짓 진행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은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에게 “이른 시일 내에 평양에서 뵈었으면 좋겠다”며 “문 대통령께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님을 만나서 많은 문제에 대해 의사를 교환하면 어제가 옛날인 것처럼 빠르게 북남관계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통일의 새 장을 여는 주역이 되셔서 후세에 길이 남을 자취를 세우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제1부부장은 앞서 접견에서도 자신이 오빠인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임을 밝히고 문 대통령에게 “빠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 편하신 시간에 북을 방문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초청 의사를 밝혔다.
김 제1부부장은 또 “이렇게 가까운 거리인데 오기가 힘드니 안타깝다”며 “한달 하고도 조금 지났는데 과거 몇 년에 비해 북남관계가 빨리 진행되지 않았나. 북남 수뇌부의 의지가 있다면 분단 세월이 아쉽고 아깝지만 빨리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남북한 언어의 억양이나 말은 어느 정도 차익 있지만 알아들을 수 있는데, 오징어와 낙지는 남북한이 정반대더라”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언급에 “우리와 다른데, 그것부터 통일을 해야겠다”고 웃으며 화답했다.
그는 또 “개회식을 본 소감이 어떠냐”는 문 대통령에게 “다 마음에 든다. 특히 우리 단일팀이 등장할 때가 좋았다”고 답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처음 개회식 행사장에 들어와 악수를 했는데 단일팀 공동 입장 때 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다시 축하악수를 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건배사에서 “오늘 이 자리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남북에 거는 기대가 크다”면서 “어깨가 무겁고 뜻 깊은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 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하여”라고 건배를 제의했다.
문 대통령은 “금강산과 개성만 가보고 평양은 못 가봤다. 금강산 이산 상봉 때 어머니를 모시고 이모를 만나러 간 적이 있고, 개성공단도 가봤다”고 소개했다. 이어 “(2007년) 10ㆍ4 남북 정상회담 때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총괄 책임을 지고 있었고 백두산 관광도 합의문에 넣었는데 실현되지는 않았다”며 “오늘 대화로 평양과 백두산에 대한 기대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북측 대표단에 소개하고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 때 북한을 자주 방문했던 분들”이라며 “제가 이 두 분을 모신 것만 봐도 남북관계를 빠르고 활발하게 발전시켜 나가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장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우리를 따뜻하고 친절하게 환대해 줘 동포의 정을 느낀다”며 “불과 40여일 전만 해도 이렇게 격동적이고 감동적인 분위기가 되리라고 누구도 생각조차 못 했는데 개막식 때 북남이 함께 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역시 한 핏줄이라는 기쁨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올해가 북남관계 개선의 획기적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1928년생으로 아흔을 넘은 김 상임위원장에게 “건강관리 비법이 무엇이냐.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라”고 덕담하자. 김 상임위원장은 “조국이 통일되는 그 날까지 건재했으면 한다”고 웃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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