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김여정 통해 사실상 남북 정상회담 제안
김여정, 친서 전달하며 “김 위원장 특사로 왔다”
문 대통령 즉답 대신 “북미대화, 적극 나서달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평양 방문을 공식 초청했다. 10일 청와대를 방문한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 1부부장을 특사로 파견해 사실상 세 번째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키자”고 긍정적으로 검토할 뜻을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문 대통령의 북한 고위급 대표단 접견 및 오찬을 마친 뒤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김여정 특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담은 친서를 전달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빠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 편하신 시간에 북을 방문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는 김 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구두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밝힌 ‘여건’과 관련해선 “남북관계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10년도 넘게 이뤄지는 정상회담인데, 성과와 의미가 있기 위해선 한반도를 둘러싼 여건이 무르익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자리에선 비핵화, 한미군사훈련 연기ㆍ축소 등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 직함을 사용했다. 김 제1부부장이 김 위원장의 친서를 담아온 파란색 파일철에는 북한의 휘장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접견에서 김 제1부부장이 “내가 특사이고, 방북 초청은 김정은 위원장의 뜻이다”라고 밝혔다. 북한의 행정수반 자격으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온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상대적으로 많은 얘기를 했으나,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이 담긴 핵심적인 언급은 김 1부부장이 담당했다. 북한 대표단의 실세가 김 제1부부장임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이날 접견에서 김 상임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이 성공적으로 치러진 데 대해 남북이 함께 축하하자”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북측 대표단은 이날 우호적 분위기 속에서 남북관계와 한반도 문제 전반에 대해 폭 넓은 논의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특히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북미간의 조기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미국과의 대화에 북한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는 당부를 전했다. 이어 “북한 대표단은 방한으로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이 되고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정착 및 남북관계를 개선시켜 나가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정상회담에 앞서 우리 측의 특사 파견 가능성에는 “성급한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남북은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마련된 한반도 평화와 화해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남북 간 대화와 교류협력을 활성화 해 나가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접견과 오찬은 총 2시간 45분 정도 진행됐다.
김 제1부부장은 청와대 방명록에 “평양과 서울이 우리 겨레의 마음 속에서 더 가까워지고 통일 번영의 미래가 앞당겨지기를 기대합니다”고 적었다. 김 상임위원장은 “통일 지향의 단합과 확신의 노력을 기울려 나감이 민족의 념원이다”는 글을 남겼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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