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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남경필과 이재명, 그리고 ‘채무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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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남경필과 이재명, 그리고 ‘채무제로’

입력
2018.02.1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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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3조2,000억원 빚 거의 갚아

모라토리움 성남시도 6,600억 털어

용인시는 기초지자체 중 탕감액 ‘최대’

여야 정치권은 서로 비판 ‘내로남불’

지방선거 앞두고 치적 선전용 시각

채무제로 자랑 되풀이 현실 ‘씁쓸’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부터 지방자치단체들의 채무제로 선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살림살이를 잘해 전임 단체장들로부터 넘겨받은 빚더미를 청산했다는 자랑입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언론과 만나 경기도가 채무제로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소리를 자주합니다. 남 지사는 수 차례 인터뷰를 통해 “민선 6기 출범 당시 넘겨받은 채무 3조2,000억원을 거의 갚아 채무제로 선언이 머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확인해보니 경기도의 채무는 남 지사가 취임한 이후 점차 감소하기 시작해 지난해 말 기준 6,084억원까지 줄었고, 올해도 1,154억원이 추가 상환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한해 22조원이 넘는 경기도 살림살이 규모를 감안하면, 채무부담이 가벼워진 건 사실인 듯 했습니다.

성남시도 지난 2일 보도자료를 내 전임 시장이 떠넘긴 빚 6,642억원을 청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재명 시장이 취임할 당시인 지난 2010년 ‘모라토리움(채무지불유예)’을 선언할 정도로 살림살이가 어려웠지만, 지방채를 효과적으로 관리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했다는 군요. 성남시는 “이 시장이 지난달 밝힌 1,800억원 시민배당은 빚도 갚고 시설투자도 한 다음 선보이는 또 하나의 발상의 전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용인시는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많은 빚을 청산했다는 곳입니다. ‘세금 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던 용인경전철 탓에 재정파탄 지경에 이르렀던 용인시가 달라졌다는 겁니다. 용인시는 정찬민 시장 취임 3년6개월여 만에 무려 7,848억원의 채무를 모두 털어냈다고 하네요. 이자까지 포함하면 무려 8,211억원을 애초 공약 이행 일정보다 2년 가까이 앞당겨 상환했다는 것인데, 공무원들은 급여를 일부 반납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 맺다고 합니다.

이 지자체들뿐 아닙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10월 공시한 자료를 보면, 전국적으로 채무가 전혀 없는 자치단체(시ㆍ군ㆍ구)가 2015년 70개에서 지난해 90개로 늘었다고 하니 바야흐로 채무제로가 대세인 시대입니다.

그런데 채무제로를 바라보는 시각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각양각색이라 재미있습니다. 어디까지를 ‘빚’으로 봐야 하는지 충돌하기도 하고, 빚이 좀 있어야 일 잘하는 단체장이라며 서로를 깎아 내리기도 합니다. 다가오는 6ㆍ13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자리를 노리고 있는 남경필 도지사와 이재명 시장의 성과를 두고 정치권이 벌이는 논쟁이 대표적입니다. 남 지사를 향해선 이 시장이 속한 더불어민주당이, 이 시장을 겨냥해선 자유한국당 등 야당 정치인들이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경기도의원이나 단체장들은 남 지사의 채무제로 국면 발언에 대해 “선거용”이라고 꼬집습니다. “‘빚 없는 경기도’라는 타이틀이 필요한 것은 남 지사 한 사람뿐”이라고요. 빚을 갚는 게 좋지 않다는 주장도 거침없이 합니다. “대부분 가정에서는 빚을 내서라도 아이를 대학에 보내 듯, 국가도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한다”며 “남 지사가 빚을 내서라도 해결해야 하는 경기북부 도로건설과 도시재생사업 등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남 지사는 “도의회와 집행부가 함께 한 일을 폄하하는 것으로, 정치적 의도로 해석하는 것은 과하다”고 억울해합니다.

그럼 야당은 이재명 시장에 대해 어떤 비판을 하고 있을까요?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소속 성남시의원들은 “실질적 채무가 막대한데도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라며 이 시장을 질타합니다. 성남시가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기금’, ‘공원녹지조성기금’ 등 각종 기금 3,277억여원을 여러 가지 핑계로 쌓지 않은 대목을 꼬집는 것입니다. 야당 시의원들은 미래 세대를 위해 법률이나 조례 등에 반드시 조성하도록 명시돼 있는 의무를 이 시장이 망각하고, 눈에 보이는 채무만 털어 자랑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성남시에 의견을 물었더니 (자유한국당 시의원들이 제시한 숫자는) 일부 사실이지만 “재원상황이 여의치 않았다”거나 “전국적인 현상”이라고 반박합니다.

이렇게 여당이나 야당이나 서로의 주장이 옳다 싸우지만, 어쩐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형국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선거용’으로 폄하하려는 취지가 서로 크게 다르지는 않은 듯 보이니까요.

전문가들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해 취재했더니, 일단 선거를 앞둔 ‘치적 쌓기용’이라는 분석에는 대체로 공감합니다. 명승환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는 “과거 방만한 재정운용과 대비해 표를 얻으려는 이벤트”라고 진단했습니다. 명 교수는 “사회안전망 구축, 도시설계,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투자 등은 오히려 진행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여러 세대에 걸쳐 사용하는 공공인프라는 당연히 빚을 내서 건설해야 세대간 형평에 맞다는 취지입니다.

지방재정 전문가 A 교수는 “재정건전성을 높인 땀방울은 인정할 만 하지만, 채무제로라 주장하는 상황 자체를 믿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장부상 지방채만 ‘0’으로 만들어 놓은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너도나도 살림살이가 좋아졌다는 것을 자랑해야 하는 현실을 보면, 역설적이게도 과거 지방정부가 얼마나 흥청망청 재정을 운용해왔는지를 반증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합니다. 4년 뒤 이맘때에도 ‘채무제로’ 퍼포먼스가 다시 유행하지 않겠지요?

유명식 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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