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때 다행스럽게도 한파, 교통 대란은 없었다.
9일 개회식이 열린 강원 평창군 올림픽스타디움은 오각형 모양에 지붕이 없는 개방형 구조다. 본래 대규모 황태 덕장이 있던 장소답게 대관령 특유의 칼바람이 휘몰아친다. 일부 외신은 이번 대회 기간 평창의 2월 예상 체감온도가 영하 14도 내외가 될 거라며 1994년 릴레함메르(영하 11도)보다 추운 대회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스타디움과 인접한 대관령 기상대의 오후 8시 체감 온도는 영하 8.7도, 실제 온도는 영하 2.7도였다. 지난 7일 예측한 예상 체감온도 영하 10도 내외보다 높은 수치다. 기온은 오후 9시 영하 8.8도, 오후 10시 영하 8.9도로 조금씩 떨어졌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바람도 점차 거세진 것으로 나타났다.
식전행사까지 포함해 실제 스타디움 안에서 3시간 가량 앉아 있으니 매서운 추위를 실감할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은 특히 손발이 추웠다고 호소했다. 잠시라도 장갑을 벗은 채 손을 내놓고 있기 고통스러웠고 일반 양말, 축구 스타킹, 등산 양말에 방한화까지 신었지만 발이 꽁꽁 얼었다. 휴대폰에서는 기온이 너무 낮다는 경보음이 계속 울렸다. 뜨거운 커피는 약 10여 분만에 차갑게 식었다.
한파로 인한 불만이 크지 않았던 건 관중들 스스로 대비를 잘한 덕분으로 보인다. 두꺼운 패딩과 털모자, 방한화를 신고 ‘완전무장’한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대구에서 개인 사업을 하는 백무연(60)씨는 “발과 등에 이미 핫팩을 붙였고 손에 쥘 핫팩도 4개 가량 준비해왔다”고 했다. 항공사 핀에어에서 근무하는 미코 트루티아이넨(46ㆍ핀란드)씨는 “하늘이 너무 파랗고 공기도 맑다. 추위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원래 동계 올림픽은 추운 게 정상”이라고 웃었다. 러시아 칼리닌그라드 출신인 앤드류(30)씨는 “내 고향이랑 날씨가 비슷한데, 우려했던 것 보다 덜 추워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미소 지었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마련한 방한 6종 세트도 큰 도움이 됐다. 크기 별로 손, 발, 방석 핫팩이 다양하게 구비돼 있었고 털모자에 방석, 무릎담요, 판초 우위까지 제공됐다.
수송도 무리 없이 진행됐다. 조직위는 관중 3만5,000명에 선수 등 관계자와 출연진을 합쳐 4만3,000여 명을 실어 나르기 위해 최대 900여 대의 버스를 투입했다. 대관령 환승주차장에 승용차를 주차하고 셔틀버스를 탔다는 이민호(41)씨는 “주차장에서 개회식장까지 15분 정도에 온 것 같다. 버스 타는 줄이 금방금방 줄었다. 가족들과 좋은 추억 남기고 간다”고 했다. 스타디움 주변에 이중 삼중으로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지만 보안 검색에 따른 대기 시간도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서울 압구정동에서 왔다는 신윤호(17)군은 “입구에서 자리까지 앉는데 20분 정도 걸렸다. 생각보다 오래 안 기다렸다”고 말했다.
평창=윤태석ㆍ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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