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회의적 전망 속
“본격 대화 위한 면담 가능성”
북핵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 중인 미국과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생산적인 접촉에 나설 수 있을까. 미국 고위급 대표단장인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북측 단장인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대면이나 악수를 일부러 피하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면서 가능성이 희박해지는 형국이다. 그러나 아직 기회가 없지는 않다는 관측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주재한 평창 올림픽 개회식 리셉션 행사 자리는 북미 양측 대표가 처음 대면할 수 있는 자리였다. 그러나 펜스 부통령은 행사장에 늦게 도착한 데다, 아예 좌석에도 앉지 않고 헤드 테이블에 앉은 일부 정상급 인사들과 악수를 나눈 뒤 바로 퇴장했다. 김 상임위원장과 마주하거나 악수하는 장면은 없었다.
그러나 아직 불씨가 완전히 사그라진 건 아니다. 좀더 수위가 높은 만남의 기회는 10일 오후다. 문 대통령과 별도 면담과 오찬을 마친 북한 대표단이나, 자국 선수들 경기 응원 말고는 별 일정이 없는 펜스 부통령 모두 강원이라는 한 공간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북한 대표단이 관람할 게 유력한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경기 시작 시간이 오후 9시 지나서인 데다 펜스 부통령 출국도 늦은 저녁이어서 오후 내내 얼마든지 만남이 가능하다.
문제는 의지다. 이날 펜스 부통령 일정은 천안함 방문, 탈북민 간담회 등 대북 압박 성격 일색이었다. 북한 대표단에 포함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북한 내 인권 침해와 관련한 검열 활동을 벌였다는 이유로 미 정부의 제재 대상 명단에 오른 점도 부담이다. 북한 역시 전날 외무성을 통해 “남조선 방문 기간 미국 측과 만날 의향이 없다”고 밝히는 등 ‘밀당’을 계속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대체로 회의적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연구소장은 “조우가 가능하다 해도 아직 의미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북미 간에 의제가 조율되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며 “다만 본격적 대화를 위한 의견 교환 차원에서 간단한 면담이 이뤄질 가능성은 없지 않다”고 했다.
관건은 우리 정부의 주선 노력이 얼마나 통하느냐다. 전날 외교부는 “미북 대화를 위한 우호적 여건 조성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청와대는 이날 양측 대표의 만남이 불발된 뒤 “펜스 부통령이 당초 저녁 약속과 리셉션 시간이 겹쳐 행사장에 잠깐 들르는 바람에 북측과의 접촉을 고의로 피하는 것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고 해명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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