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펜스, 김영남과 동석 거부… 리셉션 지각 입장 후 5분 만에 퇴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펜스, 김영남과 동석 거부… 리셉션 지각 입장 후 5분 만에 퇴장

입력
2018.02.09 19:28
3면
0 0

북미 조우 결국 불발

靑, 6자회담국 한자리 배치 불구

펜스 ‘北에 잘못된 신호’ 경계

김영남에 다가간 아베와는 달리

기념촬영만 하고 급히 자리 떠나

외교적 결례에 당혹

靑 “사전에 불참 고지” 설명에도

펜스, 탈북자 만나 北 문제 부각 등

남북대화와 동떨어진 메시지 노출

“靑이 손님에 무리한 요구” 지적도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이 9일 오후 강원도 용평 블리스힐스테이에서 열린 올림픽 개회식 리셉션에서 입장하는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이 9일 오후 강원도 용평 블리스힐스테이에서 열린 올림픽 개회식 리셉션에서 입장하는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대화 국면을 북미대화로 이어가려던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올림픽 구상에 먹구름이 끼었다. 9일 올림픽 개회식에 앞서 문 대통령의 주최로 각국 정상급 인사를 대상으로 한 사전 리셉션 현장에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기념사진만 촬영한 채 자리를 뜨면서 당초 기대됐던 북미 간 조우가 불발됐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사전 일정협의 과정에서 불참 의사를 밝혀왔다”고 밝혔지만, 미국의 외교 결례에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날 리셉션은 올림픽 개회식만큼이나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미국과 북한의 2인자인 펜스 부통령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첫 대면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헤드테이블에 펜스 부통령과 김 상임위원장은 물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인 한정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함께 배치했다. 북핵 논의의 틀이었던 6자회담 참여국 중 러시아를 제외한 국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도록 한 것이다. 북미 간 대화에 앞서 서로의 입장을 탐색할 수 있는 자리를 주선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문 대통령 내외는 이날 행사 주최자로서 리셉션장에서 먼저 손님들을 기다렸다. 문 대통령은 아홉 번째로 입장한 김 상임위원장을 환한 웃음으로 맞이했고, 두 사람은 인사를 나누며 악수했다. 악수를 마친 김 상임위원장이 행사장으로 들어서려고 하자, 문 대통령이 사진 촬영을 권하며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러나 기념사진 촬영 현장에 펜스 부통령 내외와 아베 총리가 보이지 않으면서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이들을 기다리던 문 대통령은 오후 6시 11분쯤 행사장에 들어가 예정대로 환영사를 했다. 그 사이 리셉션장 옆 호텔에서 15분간 회담을 가진 펜스 부통령과 아베 총리가 나타났고, 문 대통령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건배사가 끝난 이후 행사장을 나와 뒤늦게 기념촬영을 함께 했다.

이후 세 사람은 6시 39분 나란히 행사장에 입장했으나,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펜스 부통령은 비공개 만찬에서 주요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자리에 앉지도 않고 5분 만에 행사장을 나왔다. 특히 북한의 행정수반 자격으로 참석한 김 상임위원장과는 악수도 하지 않았다. 북한 인사와 마주 보고 앉거나 함께 사진에 찍히는 것만으로도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에 대해 “펜스 부통령은 미국 선수단과 오후 6시 30분 저녁 약속이 있다고 사전 고지를 했다”며 “포토 세션에 참석한 뒤 바로 빠질 예정이었으나 문 대통령이 ‘친구들을 보고 가시라’고 해 리셉션장에 잠시 들렀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행사장 헤드테이블에 펜스 부통령 내외 자리를 표시한 명패가 놓여져 있던 점을 감안할 때, 청와대가 행사 직전까지 참석을 설득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손님’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를 했다가 ‘외교 참사’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올 전망이다.

그러나 펜스 부통령의 행동에 대해 “남의 잔칫집에 와서 재를 뿌리러 온 것이냐” 등 외교 결례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탈북자들과 만나 북한 인권 문제를 부각시켰고, 방한에 앞서 “북한 인사들과 마주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우리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과 동떨어진 메시지를 계속 노출했기 때문이다. 반면 아베 총리는 김 상임위원장에게 다가가 일본인 납치와 핵ㆍ미사일 문제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