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이틀째 대북 압박 행보
평택 해군2함대서 웜비어 부친과
지성호 등 탈북자들 이야기 경청
“북한은 자국 시민들 가두고
고문하고 굶주리게 하는 정권”
천안함 기념관 방문 후 평창으로
‘천안함, 탈북자, 웜비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북한을 향해 꺼낸 최대한의 압박 카드다. 펜스 부통령은 천안함이 전시된 경기도 평택시 해군 2함대에 탈북자와 웜비어의 부친을 초대해 “자국 시민들을 가두고, 고문하고, 굶주리게 하는 정권”이라며 북한이 껄끄러워 하는 인권문제를 정조준했다. 평화의 축제인 평창올림픽의 화려함에 가려 북한 정권의 추악하고 잔악한 실상이 용인되도록 두고 볼 수 없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평창올림픽 개회식 참석을 위해 방한한 펜스 부통령은 이날 해군2함대를 방문해 탈북자들과 만나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전세계인들이 듣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에는 포로수용소가 있고 북한 사람들의 70% 이상이 식량 지원이 없으면 생존하지 못하며 아이들은 영양실조로 고통 받고 있다”면서 “바로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에서 주목을 끈 지성호씨 등 탈북자 4명이 참석했다. “북한 독재정권 압제를 용감히 뚫고 나온 여러분들을 만나고 싶었다”고 인사를 건넨 펜스 부통령은 이날 어두운 색 정장을 입고 면담하는 내내 어두운 표정으로 탈북자들의 생생한 경험담을 경청했다.
탈북자들은 북한의 잔혹함이 묘사된 그림을 뒤에 세워 놓고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놨다. 지현아씨는 “첫 탈북에서 인신매매를 당해 임신 상태에서 북송 됐고, 북한에서 외부에서 임신한 더러운 존재”라며 강제 낙태를 당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김혜숙씨가 중국 음식점에 팔려갔다가 북송된 사연을 말할 땐 펜스 부통령 부인 카렌 펜스 여사가 손을 꼭 잡아주기도 했다. 이현서씨는 “현재 언론 보도가 올림픽에 맞춰져 있지만, 이 추운 겨울에도 살아남기 위해 고생하는 북한 주민들에게도 맞춰져야 한다”고 토로했다.
펜스 부통령은 무엇보다 최근 북한에 쏠리는 여론을 경계했다. 그는 “모든 세계가 오늘 밤 북한의 ‘매력 공세(a charm offensive)’를 보게 될 것”이라며 “그러나 오늘 우리는 진실이 전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자유를 위해 싸운 데 대해 마음을 같이 하는 미국인들이 있다”면서 “(여러분들이) 자유를 갈구하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대변한다”고 강조했다.
면담에는 북한 여행 중 억류됐다가 풀려난 뒤 숨진 오토 웜비어의 부친 프레드 웜비어도 함께했다. 웜비어씨는 탈북자 지 씨와 인사할 때 10초 넘게 포옹하며 가족의 비극을 함께 나눴고, 지 씨도 진심을 알아챈 듯 감정이 북받친 표정으로 한참을 울먹였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김병주 연합사 부사령관, 이종호 해군2함대 사령관, 마크 내퍼 주한미국대사대리 등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펜스 부통령 일행은 면담을 마친 뒤 천안함 기념관을 방문해 2010년 북한의 어뢰에 피격돼 두 동강으로 쪼개진 채 인양된 천안함 선체를 둘러봤다. 이후 펜스 부통령 내외는 오후 올림픽 사전 리셉션과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항공편으로 강릉 공군기지를 거쳐 평창으로 향했다.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평택=외교부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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