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믹스더블(혼성 2인조) 컬링에서 보기 드문 진기록이 나왔다.
스위스 믹스더블 컬링 제니 페렛(27)-마틴 리오스(37)는 9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미국 베카 해밀턴(28)-맷 해밀턴(29)과 예선 3차전에서 마지막 8엔드에 대거 6점을 뽑아내 9-4 대역전승을 거뒀다. 믹스더블에서 한 엔드 6득점은 좀처럼 나오기 힘든 점수다.
컬링은 원래 남녀 4인조 경기다. 1998년 나가노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이 된 뒤 2014년 소치 대회까지 쭉 남녀 4인조만 벌어지다가 이번 평창올림픽 때 처음 믹스더블이 생겼다.
4인조의 경우 4명이 한 엔드에 2번씩 총 8번 스톤을 던진다. 따라서 1엔드에서 한 팀이 얻을 수 있는 최대 점수는 8점. 상대 스톤 8개를 모조리 하우스 바깥으로 밀어내고 우리 팀 스톤 8개는 모두 하우스 안에 넣어야 얻을 수 있는 점수다. 좀처럼 나오지 않는 기록이어서 골프의 홀인원이나 야구의 퍼펙트게임(선발투수가 9이닝 동안 단 한 명의 타자도 1루로 내보내지 않고 승리한 경기)에 비견된다. 8점으로 엔드를 끝냈다는 의미에서 ‘에잇 엔더(Eight-ender)’라고 하는데 숫자 8의 형상이 눈사람과 비슷해 스노맨(snowmanㆍ눈사람)이라 부르기도 한다. 장반석 믹스더블 대표팀 감독은 “컬링이 활성화된 유럽, 캐나다에서는 ‘에잇 엔더’라고 한다. 에잇 엔더가 나오면 선수들은 평생 간직할 인증샷을 남긴다”고 말했다.
믹스더블은 남녀 4인조와 달리 한 엔드에 5개씩 스톤을 던져 8엔드로 승부를 가리는데 한 엔드당 최대 6점을 올릴 수 있다. 스톤이 5개인데 6점이 가능한 건 4인조와 달리 각 엔드 시작 전 팀 당 한 개씩의 스톤을 미리 배치하기 때문이다. 선공 팀은 하우스 바깥의 가드존, 후공 팀은 하우스 정중앙인 ‘버튼’보다 아래에 스톤을 놓는다.
이날 스위스가 미국전에서 세운 기록은 ‘식스 엔더’인 셈이다. 7엔드까지 미국에 3-4로 뒤지던 스위스는 후공 차례인 8엔드에 파워플레이를 요청했다. 한 경기에서 단 한 번 요청할 수 있는 파워플레이는 스톤을 한쪽으로 치워서 가운데 길을 열어 후공이 굉장히 유리하다.
승부수는 적중했다. 미국이 몇 차례 무리한 투구를 하는 사이 스위스는 차곡차곡 하우스 안으로 스톤을 배치해 ‘꿈의 기록’을 완성했다. 장 감독은 “미국이 스틸(선공 팀의 득점)만 노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바람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분석했다. 이슬비 SBS 해설위원은 “믹스더블 공식경기에서 스노맨을 본 건 처음이다”고 놀라워했다.
한편, 대한민국 장혜지(21)-이기정(23)은 이날 오전 3차전에서 노르웨이에 3-8로 졌지만 오후 4차전에서 미국을 9-1로 대파하고 예선리그 전적 2승2패를 기록했다. 장혜지-이기정은 10일 오전과 오후 각각 러시아, 스위스와 5,6차전을 펼친다.
강릉=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