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수산물ㆍ외식 품목 등 올라
소비자는 값이 내린 품목보다 오른 품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예컨대 자주 사먹는 과일 중 참외 값은 5% 인상되고 복숭아 가격은 5% 내렸다면, 전체 물가엔 변동이 없더라도 사람들은 물가가 올랐다고 느낀다. 실제로 독일은 이 같은 심리적 요인을 반영해 산출한 ‘체감물가’를 따로 발표한다. 가격이 상승한 품목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9일 한국일보가 통계청의 도움을 받아 이 같은 방식으로 1월 소비자 체감물가를 다시 계산했더니 상승률이 2.0%로 나왔다. 이는 정부의 1월 공식 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의 2배에 달하는 것이다. 소비자물가지수 구성 품목 460개 중 가격이 오른 품목에 2배의 가중치를 부여하고, 가격이 하락하거나 변동이 없는 품목의 가중치는 고정해 지표를 산출한 결과다.
정부는 지난달 공식물가 상승률이 2016년 8월(0.5%) 이후 최저인 1.0%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 서민들은 이를 전혀 체감할 수도, 동의할 수도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생강(46.6%) 고춧가루(43.4%) 오징어(43.3%) 감자(20.5%) 등 농축수산물이 크게 오른데다 김밥(6.3%) 갈비탕(4.8%) 자장면(4.2%) 라면(3.9%) 등 서민들이 주로 찾는 외식 품목들이 상승해 ‘먹거리’에 대한 물가 상승 체감도는 훨씬 컸다. 연초 최저임금 인상(16.4%)도 적잖은 심리적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공식물가와 체감물가의 괴리를 좁힐 수 있도록 다양한 층위의 지표를 생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이 나온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고용지표도 공식 실업률은 3%대지만 체감실업률은 20%가 넘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지표가 많다“며 “소비자물가도 계층별, 품목별로 세분화해 체감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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