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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계규 화백의 이 사람] 평창올림픽 ‘훼방꾼’ 소리듣는 펜스 부통령

입력
2018.02.09 14:24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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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북한의 올림픽 납치(hijacking)를 막아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측이 평창 동계올림픽 방문 목적으로 여러 차례 강조한 말이다. 핵무기 포기 의사가 없는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배경에는 정상국가처럼 행세하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무력화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깔렸다는 게 펜스 부통령의 인식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한반도 긴장 완화의 계기로 삼기 보다는, 위장 평화 공세를 펼치는 북한의 선전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인식에 따른 펜스 부통령의 대응은 북한 정권의 잔혹성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것이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지 며칠 만에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유족을 대표단 일원으로 동반하고, 방한 일정에 탈북자 면담과 천안함 기념관 방문을 잡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같은 강경 행보는 그의 대북관과도 맞물려 있다. 펜스 부통령은 공화당 강경 보수 그룹인 티파티의 핵심 인물이며, 낙태 반대와 동성결혼 금지 등을 내세우는 복음주의자이다. 게다가 부친은 6ㆍ25전쟁 참전 용사다.

북한 정권 자체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미국 보수 진영 중에서도 강경파에 해당한다. ‘집토끼’ 를 관리하며 보수진영 내 차기 주자의 입지를 쌓고 있는 그의 정치적 행보를 보더라도 북한에 대한 유연한 접근이 나오기는 어렵다.

이처럼 북한과의 대화 보다는 대북 압박 강화가 그의 주된 방한 목적이기 때문에 한반도 긴장 완화 가능성을 외면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 일부에서 ‘잔칫집의 훼방꾼’이라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올림픽을 통해 북미간 대화의 다리를 놓겠다는 한국 정부의 기대와 달리, 펜스 부통령은 오히려 우리 정부의 대북 접근을 견제하는 행보여서 벌써부터 평창 이후 한미간 대북 공조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포스트 평창’의 한반도 정세가 어떻게 전개될지 ‘시계 제로’ 상태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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