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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스 “北예술단 ‘여정’ 누가 선곡했을까? 너무 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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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스 “北예술단 ‘여정’ 누가 선곡했을까? 너무 신기”

입력
2018.02.09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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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화장을 고치고'와 '오빠' 등으로 유명한 가수 왁스. iMe코리아 제공
노래 '화장을 고치고'와 '오빠' 등으로 유명한 가수 왁스. iMe코리아 제공

나훈아의 ‘이별’, 심수봉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이선희의 ‘J에게’,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 북한 예술단은 지난 8일 강원 강릉시 강릉아트센터에서 연 ‘평창동계올림픽ㆍ패럴림픽 성공 기원 삼지연관현악단 특별 공연’에서 1980~90년대 한국에서 큰 인기를 누린 노래들을 주로 불렀다.

특이했던 무대는 따로 있었다. 북한 가수 김옥주가 왁스(본명 조혜리)의 ‘여정’을 부른 것. 왁스의 3집 ‘부탁해요’(2002)에 실린 발라드 곡으로 예상치 못한 선곡이었다. 북한 예술단이 부른 한국 가요 중에 이례적으로 2000년대 이후 발표된 노래이기도 했다.

왁스의 ‘여정’은 앞서 언급된 한국 가수들 작품처럼 ‘국민 노래’는 아니다. 왁스의 3집 타이틀곡도 아니었고,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를 한 적도 없다. 오히려 한국에서 유명한 왁스의 노래는 ‘여정’보다 ‘화장을 고치고’(2001)다.

북한 예술단의 뜻밖의 선곡에 왁스도 놀란 눈치다. 왁스는 9일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기사를 보고 북한 예술단이 ‘여정’을 불렀다는 걸 알았다. 깜짝 놀랐다”며 웃었다.

“처음엔 ‘어 진짜?’ 하면서 신기했어요. 나중엔 ‘화장을 고치고’도 아니고, 왜 ‘여정’이었을까 싶더라고요. (북한에서) 어느 분이 선곡했을까, 어떤 분이 좋아한 노래였을까란 궁금증도 생기고요.”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이 이끌고 방한한 북한 예술단이 왁스의 ‘여정’까지 부른 걸 보면 한국에서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북한에서 한국 노래가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계정이 폐쇄됐지만,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장손으로 추정되는 김한솔이 사용했던 유튜브(khsol616)의 즐겨 찾기 목록엔 왁스의 노래가 연결돼 있기도 했다. 왁스의 노래를 북한 젊은 층이 찾아 들었다는 걸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왁스의 노래는 2002년 SBS에서 방송된 드라마 ‘정’에 삽입됐다. 김지호, 유준상, 김석훈, 한채영 등이 출연했던 작품으로, 이 드라마가 북한까지 알려져 입소문을 탄 게 아니겠냐는 주장까지 나온다.

왁스의 ‘여정’은 ‘거리마다 불빛이 흐느끼듯 우는 밤 세월 흐른 지금도 사랑하고 있다니’란 노랫말처럼 떠난 연인을 그리워하는 내용이 담겼다. 왁스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에 현악 연주가 덧입혀져 애절함이 짙다.

왁스는 “곡을 받았을 땐 ‘여정’의 감성이 너무 무거워 걱정도 했다”는 속내도 털어놨다. 하지만, 16년이 흐른 지금 그에게는 애창곡이 됐다. 왁스는 “세월이 흐르고 저도 나이를 먹어서인지 ‘여정’을 찾게 되고 그 짙고 무거운 감성에 애착이 가더라”고 말했다.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이 8일 오후 강원 강릉시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성공 기원 삼지연관현악단 특별공연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이 8일 오후 강원 강릉시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성공 기원 삼지연관현악단 특별공연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왁스는 가수로 빛을 보기까지 곡 제목처럼 여정이 길었다. 1998년 록밴드 도그의 보컬로 활동하다 해체 후 2000년 1집 ‘엄마의 일기’로 데뷔했다. 솔로 활동 초반에는 ‘얼굴 없는 가수’로 살았다. 1집 타이틀곡 ‘엄마의 일기’엔 배우 하지원이 출연했고, 후속곡인 ‘오빠’의 첫 무대도 하지원이 서 앞에서 주목 받지 못했다. 왁스는 허스키하면서도 소위 ‘뽕끼’어린 특유의 목소리로 ‘화장을 고치고’와 ‘부탁해요’ 등을 성공시키며 뒤늦게 가수로서의 존재감을 증명했다. 지난달에 신곡 ‘바보 같은 너’를 냈고 올해 왕성한 활동도 준비 중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남북한 화합의 공연을 계기로 새삼 주목을 받은 왁스는 “국민의 염원 속에 이뤄진 큰 행사인 만큼 후회 없이 그리고 평화의 축제로 끝나고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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