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알쓸신Job] <18> 서울 성동미래일자리㈜
주부 송숙자(64)씨는 한때 우울감에 시달렸다. 이민을 준비하다 자금 문제로 좌절되자 고민이 깊어진 것. 자식들은 장성해 품을 떠났고, 지방에서 부모님을 모시는 남편과 함께 살게 됐다. 지난 삶을 돌아본 그의 공허감은 컸다. 결국 송씨는 “40년을 희생했으니 앞으로 10년은 혼자만의 시간을 달라”고 가족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서울 성동구에 방을 얻어 홀로 지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우울은 더 깊어갔다.
그런 그에게 변화가 생겼다. 구청에서 2개월 동안 커피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데 이어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 ‘카페 서울숲’에서 일자리를 얻으면서부터다. 자기자신을 새롭게 발견했고, 삶에 자신감도 붙었다. 그는 “밖에 나와서 내 손으로 돈을 번 것이 처음인데, 이런 재주가 있는지 몰랐다”며 “나도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사실에 행복감을 느꼈고, 우울감도 극복했다”고 말했다.
급식사업을 하던 엄기범(64)씨도 퇴직 후 고민이 깊었다. 아직은 일할 수 있는 나이란 생각에 고용노동부와 구청 등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바로 연락이 오는 곳은 없었다.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던 그로서는 좌절감이 밀려왔다.
그러던 엄씨도 ‘카페 서울숲’ 바로 옆 ‘엄마 손만두 소풍’에 재취업하면서 삶에 활력을 되찾았다. 퇴직 전 특기를 살려 점포 관리를 맡게 된 것이다. 엄씨는 “매일 일 한다는 게 잠이 안 올 정도로 행복하다”며 “아침에 출근할 곳이 있는 기쁨을 새삼 느낀다”고 말했다.
‘카페 서울숲’과 ‘엄마 손만두 소풍’은 서울 성동구가 고령화 사회 노년층에게 지속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목적으로 2016년 9월 조례를 제정해 설립한 성동미래일자리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곳이다. 주민참여 민간출자(9,000만원), 구청 출자(2억1,000만원), 보건복지부 고령자친화 공모사업 선정 운영비(3억원)의 자본금을 확보해 지난해 7월 출범했다.
이 회사는 카페, 분식점 외에도 매점 운영, 청소용역 등 19개 수익사업을 벌인다. ‘카페 서울숲’의 경우 노인 13명을 격일제 파트타임으로 고용해 최저임금(시급 7,530원)보다 높은 서울시 생활임금(시급 9,211원)을 지급한다. 사업 수익은 노년 일자리 창출에 재투자 한다. 금년에는 아이돌봄 지원사업을 새로 시작하는데, 경력단절 여성 5명을 포함한 20명의 일자리를 새롭게 만든다.
박기웅 성동미래일자리㈜ 대표이사는 “노년 일자리 제공은 시혜성 급여 위주인 노인복지정책의 한계를 벗어나 노인의 직접 소득을 유발함으로써 의료비 및 부양비를 감소시키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다”며 “성동구는 우리 회사를 통해 ‘일자리 복지’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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