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남북대화 최대한 활용”에
펜스, ‘추가 제재’ 거론 알려져 온도차
北, 열병식 美 의식해 수위 조절한 듯
문재인 대통령과 마이클 펜스 미국 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만나 최대한의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를 위한 대화로 이끌어낸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필요한 협력을 지속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선 문 대통령이 고위급 대표단 파견 등 북한이 남북대화에 나서는 태도 변화를 언급했으나, 펜스 부통령은 대북 추가제재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양국 간 온도차도 감지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미국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한 펜스 부통령과의 접견과 만찬 자리에서 “한미 양국이 확고한 원칙과 긴밀한 공조를 통해 북한을 남북대화와 평창올림픽 참가로 이끌어냈다”며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 남북대화가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정착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해 다각적인 대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펜스 부통령은 최대한의 압박을 강조하며 기존의 대북강경 기조를 재확인했다. 펜스 부통령은 “양국 간에 논의할 문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라며 “미국은 북한이 영구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핵ㆍ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날까지 최대한의 압박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이런 결의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며 “한반도뿐 아니라 전세계 다른 국가 평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 이라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접견과 만찬에서는 북한 인권과 건국절 열병식에 대한 언급은 없었고, 북미대화를 직접적으로 제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북 추가제재 문제가 거론됐는지에 대해선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AP통신은 펜스 부통령을 수행한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펜스 부통령이 비공개 대화에서 문 대통령에게 대북 접근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며 “이는 그만큼 미국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북한은 이날 오전 11시 30분부터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건군절 70주년을 맞아 대규모 열병식을 진행했다. 조선중앙TV의 녹화중계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시험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 ‘화성-15’ 등 보유한 전략무기들을 열병식에서 과시했다. 다만 예년과 달리 TV생중계와 외신기자 초청이 없었고,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90여분간만 진행하는 등 수위를 조절했다. 올림픽 참가에 따른 북미대화의 불씨를 살리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의식한 유화 조치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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