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동훈련 함께 돌며 화기애애
정광범 다가와 “못생겼다” 농담도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남북한 쇼트트랙 대표팀이 8일 처음으로 함께 훈련했다. 애초에 예정되지 않았던 ‘깜짝 훈련’ 이었다.
이날 오후 5시 15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50여분간 진행된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공식 훈련에 북한 쇼트트랙 대표팀 정광범(17)과 최은성(26)이 모습을 드러냈다. 원래 일정엔 한국과 독일의 훈련으로 잡혀 있었지만, 독일 선수 2명 외에 북한 선수들도 훈련에 합류한 것이다. 북한 대표팀은 우방국인 러시아와 지난 7일 공동 훈련을 한 적이 있고 중국과 공동 훈련이 예정돼 있긴 하지만, 우리와 함께 빙판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나라는 출전 선수가 많아 그 동안 단독으로 훈련 시간을 배정 받았다.
첫 남북 훈련은 갑작스레 성사됐지만 빙판 위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정광범은 우리팀 훈련 대열의 후미에 따라붙어 함께 질주하며 컨디션을 끌어 올렸다. 또 계주 훈련에는 북한 선수와 남한 선수가 서로의 엉덩이를 밀어주기도 했다. 우리 팀 김선태 감독과 코치가 북한 선수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건네는 모습도 포착됐다.
훈련 중간중간 한국 선수와 북한 선수들이 서로 대화하며 웃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한국 여자대표팀 김예진(19)은 “북한 정광범이 먼저 다가와 나에게 ‘못생겼다’고 놀렸다”라며 “그래서 나도 정광범에게 ‘너도 못생겼다 평소 거울은 보고 다니냐’라고 대꾸해줬더니 ‘당연히 보고 다닌다’라고 맞받아치더라”라고 전했다. 우리 대표팀 맏형인 곽윤기(29)도 “어린 북한 선수(정광범)가 열심히 훈련하는 모습을 보니 기특했다”고 말했다.
반면, 윤철 북한 감독은 아이스링크에는 나오지 않은 채 장외에서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봤다. 또 방남 후 첫 훈련에서 발목 부상으로 봉합 수술까지 받은 최은성은 상의 재킷을 입은 채 천천히 얼음 트랙을 돌며 회복 훈련에 집중했다.
북한 쇼트트랙팀의 깜짝 합류는 이날 진행된 북한팀 입촌식 때문에 오전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날 낮 12시 30분 강릉 영동대에서 중국과 훈련하기로 돼 있었으나 불참했다. 북한은 당초 예정됐던 오후 8시 15분에도 아이스아레나에 나와 중국팀과 함께 훈련했다.
강릉=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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