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 시설 임차 기간 14년 축소 등
재판 앞 부정적 영향 고려한 듯
롯데그룹이 다음 주 열리는 신동빈 회장의 뇌물수수 재판 선고를 앞두고 외부와 갈등을 최대한 피하려는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인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지난달 말 서울역사 점용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한화역사와 롯데마트 서울역점을 2년간 더 운영하기로 합의하고 2020년까지 관련 시설을 빌려 쓰는 임대차 계약을 새로 맺었다. 이 계약으로 애초 한화역사와 롯데가 맺었던 임대차 계약 기간은 2034년에서 2020년으로 14년 줄었다.
롯데는 지난해 말 서울역사 국가귀속이 결정되자 “한화가 영업 기간 축소에 따른 보상금을 400억원 이상 지급해야 한다”며 “보상하지 않으면 민사소송 등 법적 조치를 밟을 수 있다”고 한화에 경고했다. 하지만 롯데는 한화가 보상조치를 하지 않는데도, 한달 만에 임대차 계약을 새로 맺어 갈등 봉합을 선택했다. 롯데 관계자는 “서울역사 국가 귀속이라는 정부 방침을 따르기 위해 임대차 계약을 새로 맺었다”며 “보상금 관련 문제는 한화 측과 추후 논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인하 문제를 놓고 인천공항공사와 대립하고 있는 롯데면세점도 유화적으로 변하긴 마찬지다. 롯데면세점은 “임대료를 인하해주지 않으면 인천공항 면세점을 철수하겠다”며 두 달 이상 공사를 압박해 왔으나 최근 이달 말까지 공사 입장을 기다려 보겠다고 태도가 변했다. 지난해 11월 불공정 계약을 이유로 인천공항공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기도 했던 강경한 모습과는 차이가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우리 입장은 충분히 전달했으니 공사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며 “다만 면세점 철수 입장을 완전히 철회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롯데가 회사 이익을 지키기 위해 강경했던 입장을 잇따라 누그러뜨리는 이유에 대해 재계는 다음주 열리는 신동빈 회장 선고 공판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 총수가 구속될 수 있는 중요한 순간에 외부와 갈등을 빚는 게 자칫 재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서울역사 국가귀속 문제는 국토교통부, 면세점 임대료 인하 문제는 관세청 등 국가기관도 연관돼 있다”며 “그룹 총수의 중요한 재판을 앞두고 불필요한 외부와의 다툼은 최소화하려는 거 같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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