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브라질 선수단/사진=연합뉴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개막을 이틀 앞둔 지난 2월 7일 오전 서울에서 강릉으로 가는 고속철도(KTX) 안에 한 무리의 외국인들이 왁자지껄 이야기를 나눈다. 신이 난 이들은 기차가 출발하자 서로 번갈아 기념사진을 찍고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바깥 풍경을 동영상에 담기 바빴다.
들뜬 분위기에 목소리가 커지자 지나가던 역무원이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들은 수업시간에 떠들다 들킨 아이들마냥 서로 눈치를 주며 잠잠해졌지만 즐겁고 열정적인 대화는 종착지인 강릉역에 도착할 때까지 기분 좋게 이어졌다.
외국인들은 언뜻 프랑스어로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지만 생소한 브라질 포르투갈어로 드러났다. “우리는 관광객”이라고 소개한 일행 중 한 명에게 어디서 왔느냐는 물음을 던지자 “브라질”이라는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남반구에 속한 브라질은 눈이 내리지 않는 나라다. 당연히 동계올림픽의 인기가 높을 리 없다. 잘 생긴 외모의 20대 남성은 브라질에서도 겨울 스포츠를 보는 사람들이 있냐고 하자 “브라질은 눈이 내리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별로 없다”면서 “브라질은 축구의 나라이고 사람들이 축구를 잘한다”며 유창한 영어로 미소 지으며 설명했다.
이번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브라질 선수 규모(남자 5명ㆍ여자: 1명)보다도 많은 남녀 브라질 젊은이들은 지구 반대편인 강원도 평창까지 와서 겨울 올림픽을 감상하고 여행하며 자국 선수들도 응원할 기대에 부풀었다. 다른 일행은 “중국 상하이에서 이틀을 지내고 서울에서도 이틀을 보낸 뒤 지금 평창으로 가는 길”이라며 “평창에서 한 달을 머물 계획”이라고 신이 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만이 아니라 경강선 KTX 안은 이미 지구촌의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 2m에 육박하는 큰 키의 서양인이 통로를 가로질러 다니고 다양한 국적의 외국 사람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역무원의 밝은 미소가 평창올림픽 개막을 알렸다. 역사 입구와 출구에 공항을 연상시키는 검색대가 설치돼 물 샐 틈 없는 경비와 보안이 이뤄지는 것도 평소와는 다른 풍경이다.
정부는 이번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관광객 약 200만명이 평창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한다. 동계 스포츠가 인기 있는 나라에서뿐 아니라 지구 반대편인 브라질에서도 젊은이들이 평창으로 몰려드는 현상은 특이할 만하다.
브라질 관광객들은 한국의 첫 인상이 어땠냐는 질문에 “좋다”고 웃어 보였다. 이들이 지구촌 축제를 마음껏 즐기고 한 달 뒤 떠날 때에도 엄지를 치켜들며 똑같이 “좋다”는 말을 반복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하는 것이 평창올림픽을 유치한 한국의 남은 배려이다.
강릉=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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