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아이스하키 내일 첫 경기
스웨덴전 골 넣은 1라인 박종아
“혼자 다른 레벨” 독보적 기량
2라인의 레프트 윙 정수현
“달리고 또 달려” 뭉친 힘 기대
지난 4일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과 스웨덴의 평가전이 열린 인천선학링크. 0-2로 뒤진 1피리어드 18분50초에 단일팀 주장 박종아(22)가 날카로운 리스트샷으로 만회 골을 터뜨리자 관중석은 들썩였다. 이 순간 선수들은 물론 관중은 하나된 마음으로 함성을 지르며 기쁨을 함께 나눴다. 그 때 당시의 감동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올림픽 사상 최초로 꾸려진 남북 단일팀은 10일 오후 9시 10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스위스와 2018 평창동계올림픽 B조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단일팀의 역사적인 올림픽 첫 경기다. 단일팀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선수는 1996년생 동갑내기 공격수 박종아와 정수현이다. 박종아는 두 말할 필요 없는 단일팀의 에이스다. 귀화 선수 랜디 희수 그리핀(30)이 “혼자 다른 레벨에서 뛰는 선수”라고 할 정도로 독보적인 기량을 자랑한다.
강릉 출신 박종아는 경포여중을 졸업한 뒤 서울 노원구 하계동에 있는 혜성여고로 진학했다. 이유는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훈련장이 태릉에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그랬지만 한국 여자아이스하키는 정식 팀이 한 곳도 없다. 유일한 팀이 국가대표팀이다.
앞날이 불확실하고, 열다섯 살의 어린 나이에 서울에서 혼자 학업과 운동을 병행해야 하는 힘겨운 상황이었지만 박종아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스하키에 더욱 매진하고자 고등학교 2학년이 되던 해 혼자 캐나다로 유학을 떠났다.
캐나다 주니어리그에서 두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2015년 2월 캐나다 대학 스포츠 1부리그(CIS) 서스캐처원대에 스카우트되는 기쁨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대학에 입학하는 대신 대표팀에 돌아왔다. 온전히 올림픽에만 집중하고 싶어서였다. 캐나다에서 선진 하키를 익혀 폭발적인 스피드와 한 박자 빠른 슈팅 등을 자랑한다.
박종아는 지난해 4월 세계선수권 디비전 2 그룹 A(4부리그) 대회에서 5전 전승 우승을 이끌었다. 5경기 모두 1라인 공격수로 뛰며 4골 6어시스트로 대회 포인트(골+어시스트) 부문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7월 스웨덴과 평가전에서 골을 넣고 이번에도 골망을 갈라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부동의 1라인 레프트 윙 박종아는 “올림픽 첫 경기까지 연습도 이제 한번 남아 긴장된다”며 “응원해주는 분들이 많아 더 부담도 될 것 같다”고 떨리는 심경을 드러냈다. 단일팀 주장으로 남북 선수들을 이끌고 있는 그는 “스포츠는 스포츠”라면서 “평소 하던 대로 ‘팀 코리아’를 외치며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종아가 버티는 1라인의 뒤에서 2라인 레프트 윙 자리를 꿰찬 북한의 간판 정수현은 단일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되는 선수로 평가 받는다. 팀에 빠르게 녹아드려는 모습과 빙판을 부지런히 헤집고 다니는 플레이로 세라 머리 감독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스웨덴과 평가전에서도 일주일 정도 손발을 맞추고 뛴 것을 감안할 때 합격점을 받았다. 머리 감독은 “지금 같은 모습을 계속 보여준다면 계속 2라인에 내보낼 것”이라며 “팀원들과 잘 융화돼 최고의 경기를 펼쳐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팀 동료들 또한 “기술이 좋고, 퍽을 다룰 줄 안다”고 입 모아 칭찬했다. 정수현은 “우리 북과 남 선수들이 달리고 또 달리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며 “이번 대회가 북과 남의 뭉친 힘을 과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8일 훈련을 건너 뛰고 다 같이 강릉 경포대 바다를 찾아 기념촬영을 하는 등 휴식을 취한 단일팀은 9일 오후에 한 차례 훈련을 소화한 뒤 전원 개막식에 참석한다.
강릉=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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