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에게 줘야 할 격려금과 포상금을 빼돌려 쓰고, 동생 남편 취업을 억지 요구한 혐의를 받는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신 구청장의 업무상 횡령과 직권남용 및 강요 혐의 사실이 인정돼 구속영장을 신청한다고 8일 밝혔다. 신 구청장 지시를 받고 횡령에 가담한 총무팀장 3명도 기소의견으로 불구속 송치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신 구청장은 강남구청장으로 취임한 2010년 7월부터 약 5년간 총무팀장을 통해 격려금과 포상금이 구청 각 부서에 지급되는 것처럼 꾸며 9,300만원을 빼돌렸다. 그런 뒤 이를 동문회비, 지인 경조사비, 화장품 구입비, 미용실비 등 개인 일에 쓴 것으로 조사됐다. 신 구청장은 혐의를 일체 부정했으나 경찰은 신 구청장 지시를 받고 이를 집행한 비서실장(2016년 사망) 수기에 관련 내용이 모두 기록돼 있어 증거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신 구청장은 또 2012년 구립 요양병원 위탁운영자에게 동생 남편 박모(66)씨를 뽑도록 강요, 채용하게 한 혐의도 받는다. 박씨는 출근하지 않은 채 이메일로 월 1회 간단한 식자재 단가비교표를 만드는 업무를 하는 것만으로 26개월간 총 급여 1억여원을 수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신 구청장은 경찰 압수수색 과정에서 강남구청 전산정보과장을 통해 관련 자료들을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에 가담한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은 “국민 세금을 사적으로 사용해 죄질이 나쁘고 구청장 직권을 이용한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신 구청장은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6월 지방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한 정치적 여론몰이라고 주장했다.
신 구청장은 19대 대통령 선거 직전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공산주의자라는 비방 글을 퍼뜨린 혐의로 지난해 8월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검찰은 지난달 징역 1년의 실형을 구형했고, 9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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