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쾌조의 스타트
컬링 믹스더블 장혜지-이기정
랭킹 앞선 핀란드를 9-4 격파
*한국 관중들 응원이 큰힘
선수 투구할 때 ‘침묵’이 매너
장혜지 “룰 등 잘 알아서 놀라”
한국 컬링이 쾌조의 출발을 알렸다. 첫 경기에서 승리를 챙겼을 뿐 아니라 컬링의 짜릿한 매력도 충분히 뽐냈다.
세계랭킹 12위인 믹스더블(혼성 2인조) 컬링 장혜지(21)-이기정(23)은 8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예선 1차전에서 핀란드(11위)의 오오나 카우스테(30)-토미 란타마키(50)를 9-4로 눌렀다.
평창올림픽 컬링은 남녀 4인조와 믹스더블 3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경기 수가 많아 개막 하루 전 믹스더블 예선이 시작했는데 한국선수 145명 중 가장 먼저 경기에 나선 장혜지- 이기정이 기분 좋게 첫 승을 신고했다.
한국은 1엔드에 선공인데도 3점을 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컬링은 상대 스톤 위치를 확인한 뒤 공격에 나서는 후공이 절대 유리하다. 한국은 2,3엔드에서도 1점씩 추가해 멀리 앞서갔지만 4~6엔드에서 계속 점수를 허용해 5-4까지 쫓겼다. 그러나 7엔드에서 대거 4점을 획득, 핀란드의 기권을 받아냈다. 컬링은 바둑의 불계패처럼 역전 가능성이 사라지면 기권하는 게 예의다. 보통 패자가 먼저 악수를 청해 의사를 표시하는데 외국에서는 ‘포기하다(give up)’가 아닌 ‘인정하다(concede)’란 말을 쓴다. 김경두 전 대한컬링연맹 부회장은 “테니스 스타 조코비치가 정현에게 진 뒤 예우를 표시한 것처럼 오늘 패한 핀란드 선수들이 좋은 매너를 보여줬다”고 했다.
한국 선수들의 드로샷(원하는 곳으로 스톤을 보낸 샷) 성공률은 84%로 핀란드(74%)를 압도했다. 특히 이기정의 아웃턴(시계 반대 방향의 회전) 드로샷 성공률은 91%였다. 강원 출신 이기정은 지난 해 2월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남자팀 스킵(주장)으로 우승을 이끈 주역이다. 샷 뿐 아니라 스위핑 실력도 세계 톱 클래스 수준이라는 평을 듣는다. 그는 “솔직히 경기 전 많이 떨렸는데 승리로 마무리해 다행이다”고 활짝 웃었다. 장혜지도 “다른 한국 선수들도 우리 기운을 받아서 쭉 좋은 성적 냈으면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 장반석 믹스더블 대표팀 감독은 “1엔드에 3점을 따며 편하게 갔다. 선공일 때 더 강한 모습을 보여준 것도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3,500명 만석을 이룬 강릉 컬링센터에서는 이기정과 장혜지가 멋진 플레이를 선보일 때마다 박수가 쏟아졌다. 이기정은 “외국 관중이 더 많을 까봐 걱정했는데 한국 관중이 많이 와주셨다”며 “제가 강한 샷을 좋아하는데 관중들이 세리머니를 잘 받아주셔서 큰 힘이 됐다”고 감사해했다. 장혜지도 “관중들이 컬링의 룰과 매너를 너무 잘 알고 오신 것 같아서 놀랐다”고 했다. 컬링은 선수들이 투구할 때 스톤을 손에서 떠나 보내기 직전까지는 침묵하는 게 매너다. 골프에서 샷을 할 때 갤러리들이 조용히 하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샷 이후 응원은 얼마든지 해도 좋다.
강릉=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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