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최민정 “컨디션 최고… 도전해보겠다”
빙상 전문가 “신체 균형 등 완성형 선수라 기대”
여섯 살의 꼬마 숙녀는 겨울방학 특강 때 찾은 빙상장에 들어서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자신보다 체격이 훨씬 큰 오빠들이 속도를 내며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에 “나도 저 오빠들을 따라서 탈래”라며 욕심을 냈다.
일찍부터 승부욕이 남달랐던 덕분일까. AFP통신 등 여러 외신들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쇼트트랙 사상 첫 4관왕(500mㆍ1,000mㆍ1,500mㆍ3,000m 계주)을 달성할 후보로 한 명의 이름을 자주 언급했다. 한국 쇼트트랙 간판 최민정(20ㆍ성남시청)이다.
근거 있는 예상이다. 최민정은 2017~18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랭킹 기준 전 종목 1위다. 지난해 10월 1차 월드컵 대회에서 4관왕을 달성한 기억도 있다. 주위에서 4관왕 얘기가 나오자 최민정은 “가능성이 있다면 도전해보겠다”고 말했다.
최민정은 6세 때 언니와 처음 스케이트를 탔다.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내딛더니 어느새 속도를 높였다. “신발만 신으면 날아갈 것 같아.”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딸이 스케이트에 재미를 붙이고, 담당 코치가 “3개월만 더 타면 코너를 돌 수 있다”는 말을 해주자 부모님은 마음을 굳혔다.
교통사고를 당했는데도 스케이트를 향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초등학교 1학년 당시 쇼트트랙 대회 당일에 차 사고가 났는데 함께 타고 있던 언니, 엄마와 달리 최민정은 전혀 다치지 않았다. 그는 어머니에게 “경기에 뛰게 해달라”며 부탁을 했고, 어머니는 지인에게 자기 대신 딸을 대회에 데려가 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출전한 대회에서 최민정은 1등을 했다. 치료를 마치고 경기장에 도착한 어머니는 딸의 우승 소식에 깜짝 놀랐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본격적인 선수의 길에 들어선 최민정은 이듬해 언니가 오른 다리 부상 탓에 선수 생활을 그만 두면서 혼자 빙상장에 남았다. 국가대표라는 구체적인 목표 의식이 생긴 시점은 서현중 2학년 때다. 주니어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던 최민정은 시니어 데뷔 무대였던 2015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듬해에도 2연패를 달성, 2014 소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심석희(21ㆍ한국체대)와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쌍두마차가 됐다.
빙상 전문가들은 최민정을 ‘완성형 선수’로 평가한다. 스케이트 기술은 물론 민첩성, 근지구력 등 쇼트트랙을 위한 신체 균형이 전체적으로 잘 잡혔다. 여준형 전 대표팀 코치는 “순발력과 순간 스피드가 빠르다”고 평가했다. 키는 163㎝로 작은 편이지만 순간적으로 힘을 내서 치고 나갈 수 있고, 아웃 코스를 활용한 추월에도 능하다.
처음 맞는 올림픽이지만 최민정은 긴장보다 설레는 마음이 가득하다. 몸 상태도 좋고, 대회장소 강릉 아이스아레나의 빙질도 만족스럽다. 최민정은 “컨디션이 원하는 만큼 올라왔다”며 “경기장 얼음은 내가 좋아하는 딱딱한 수준이다. 잘 맞는다”고 설명했다. 최민정의 도전은 13일 500m를 시작으로 17일 1,500m, 20일 3,000m 계주, 22일 1,000m로 이어질 예정이다.
강릉=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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