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악령의 목소리를 듣는다
백상현 지음
에디투스 발행ㆍ152쪽ㆍ1만3,000원
철학은 무엇일까. 저자는 “꼰대들의 담론에 욕설을 퍼붓는 일종의 하드코어 랩이기도 하다”고 정의한다. 가령 일본 철학자 사사키 아타루는 힙합뮤지션이다. 대체 왜, 라는 질문에 사사키는 “철학은 라이프스타일이기 때문”이라 답한다. 라깡 연구자인 저자는 소크라테스를 ‘하드코어 래퍼’로서 재조명한다. 이 때문에 소크라테스가 히스테리, 과대망상증, 편집증에 찌들었다 말한다 해서 놀랄 건 없다. 소크라테스의 라이프스타일이 그러했으니까. 소크라테스의 힘은 “여기 공백(Void)이 있다”는 외침에서 나온다. 나는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안다는, 그 공백으로 좀 안다는 현자들을 박살낸다. 그리고 그 때문에 죽는다. 이 기묘한 죽음에 플라톤은 빨려 들어간다. 소크라테스는 “나는 어느 누구의 선생이 되어본 적 없다” 선언하지만 ‘공백의 제의적 유혹’에 휩쓸린 플라톤은 제자를 자처한다. 선생은 없다, 네 안의 목소리를 좇아가라. 그게 소크라테스가 남긴 진짜 유산이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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