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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아니면 노인?’ 꽉 찬 컬링센터가 남긴 씁쓸한 뒷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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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아니면 노인?’ 꽉 찬 컬링센터가 남긴 씁쓸한 뒷맛

입력
2018.02.08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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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컬링센터에서 응원하고 있는 관중들/사진=연합뉴스

“이건 문제가 많지. 앞으로는 어쩔 거야.”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알리는 대회 첫 경기가 개막식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9시 강원도 강릉시 컬링센터에서 막을 올렸다. 첫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컬링 믹스더블(혼성) 예선전에 앞서 경기장은 1시간 전까지 대체로 한산한 모습이었으나 이내 사람들이 들어차며 관중석을 꽉 메웠다.

상단의 빈자리 몇 곳을 제외하고는 거의 만원사례를 이룰 만큼 평일 오전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아 평창 개막 첫 공식 경기의 흥행을 알렸다. 대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예선 1차전 4경기가 동시에 열린 강릉 컬링센터에는 총 2,636명의 관중이 들어왔다.

한쪽을 채운 60대 여성 노인들이 신기한 듯 경기장을 이리저리 살피고 손가락을 V자로 들어 서로 셀프 카메라(셀카)를 찍는 모습은 올림픽다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일본인은 직접 끊은 표를 보여주며 평창올림픽의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 꺼풀을 벗겨낸 속사정은 사뭇 달랐다. 이날 컬링센터를 찾은 관중들의 특징은 둘로 뚜렷하게 나뉘었다. 여럿이 무리를 이루고 앉아있는 초등학생 및 중학생 또는 60대 이상의 노인들이다.

특히 자리를 가득 메운 많은 학생들이 궁금증을 자아냈다. 화장실이 어딘지를 몰라 우왕좌왕하던 초등학생들은 “학교에서 단체로 간다고 해서 온 것”이라고 말했다. 자리에 앉지 못하고 지나가는 통로에 우르르 서있는 중학생 단체 관람객들도 눈에 띄었다.

아침 일찍 속초의 한 노인회에서 이곳을 찾았다는 70대 후반의 남성은 “이런 식은 문제가 있다”며 “노인회에서 단체로 오긴 왔는데 아무리 봐도 뭐가 뭔지 모르겠고 별 재미를 못 느끼겠다. 가파른 계단도 그렇고 노인들에게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주위를 둘러보면서 “이곳을 보면 다 학생이나 노인이지 않나. 우리는 버스를 대절해서 왔지만 스스로 이 경기를 보기 위해 찾아온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면서 “여기가 외진 변두리인데다 내려서 한참을 걸어야 한다. 올림픽이 끝나면 앞으로 어떻게 활용을 할지도 걱정이 된다. 이 좋은 시설을 짓는다고 돈을 많이 들였을 텐데 앞으로는 어쩔 거냐. 시설 운영비는 어떻게 감당할까”라고 쓴 소리를 했다. 그래도 좋은 얘기도 좀 해달라고 하자 “뭐 당연히 평창올림픽이 잘됐으면 좋겠는데 지금 와서 보니까 딱히 좋게 말할 만한 게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겉모습은 100점에 가까운 개막 경기였지만 속으로는 많은 아쉬움과 숙제를 남긴 현장이었다. 사실상 동원이 된 관중들이어서 컬링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집중하지 못하는 산만함이 연출된 것은 부작용 중 하나다. 경기 종료만 기다렸다는 듯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우르르 빠져나가는 이들의 뒷모습은 씁쓸함을 남겼다.

이런 가운데 컬링 믹스더블 예선 1차전에서 이기정(23)-장혜지(21) 조가 핀란드를 상대로 9-4의 완승을 거뒀다. 핀란드의 오오나 카우스테-토미 란타마키 조를 맞아 1엔드에서 3점을 먼저 따내 기선을 제압한 것이 컸다. 이기정-장혜지 조는 2엔드에서 1점을 추가 득점해 4-0으로 달아나며 사실상 승기를 굳혔다. 장혜지는 경기 후 “한국 선수단의 첫 승을 거둬 기쁘다. 이 기운을 이어받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강릉=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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