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는 우발채무 보증, 카드사는 고금리 카드론 비중 늘려
보험사도 만기보유채권 줄여… 금리상승 때 건전성 훼손 가능성
최근 수 년 간 지속돼온 저금리 국면에서 보험, 증권, 신용카드 등 제2금융권 기관들이 수익을 높이기 위해 부실 위험이 큰 자금운용을 확대 시행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상승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자칫 이들 기관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한국은행이 이같은 내용을 담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연간 네 차례 발행되는 보고서의 올해 첫 회분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증권사는 고위험ㆍ고수익 영업으로 꼽히는 우발채무 보증 규모를 늘려왔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시행사 부도 등으로 발생하는 채무를 보증하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국내 증권업계 우발채무 보증규모는 2016년 24조6,000억원으로 2013년(12조5,000억원) 대비 2배가량 증가했다. 카드사는 연이율이 최고 27%에 달하는 카드론 대출을 확대했다. 카드론 전체 규모는 2011년 13조3,000억원에서 2016년 23조7,000억원으로 증가했고, 카드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같은 기간 67.0%에서 80.3%로 급등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안정적 자금관리가 필요한 보험회사에서도 전체 채권 중 매도가능채권 비중이 2013년 말 68.6%(186조원)에서 2016년 말 72.1%(235조원)으로 눈에 띄게 늘었다. 만기보유채권은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만기보유채권과 달리 시가로 평가되는 매도가능채권을 많이 보유해 평가이익을 늘리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일부 비은행금융기관이 저금리 환경에 대응해 자금운용 과정에서 고수익을 위해 위험추구 성향을 확대했다”며 “자금운용구조는 단기간에 바꾸기가 어려운 터라 향후 시장금리 상승 시 이들 기관의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금융기관 대출이 특정 업종 및 차주에 편중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업종 면에선 부동산 관련 대출이 크게 증가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금융기관 부동산 익스포저(손실 가능한 금액)의 비중이 2010년 68.4%에서 2016년 100.4%로 치솟았다. 부동산 업종 대출액이 한 해 우리나라 국민이 생산한 부가가치 총합과 맞먹는 것이다. 전체 민간신용에서 부동산 익스포저가 차지하는 비중 또한 같은 기간 38.8%에서 51.9%로 늘었다.
차주 면에선 자영업자를 비롯한 개인사업자 대출이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비은행금융기관을 통한 대출이 크게 늘어서, 이들 기관의 전체 대출액 중 개인사업자 대출 비중이 2014년 11.3%에서 지난해(3분기 말 현재) 42.3%로 4배가량 불어났다. 같은 기간 개인사업자 대출 비중이 9.9%에서 10.1%로 제자리걸음이었던 은행과는 판이하다.
한은은 “특정 부문에 대출이 집중되면 금리 상승, 부동산 경기 악화 등에 따른 해당 부문 부실이 금융 건전성을 해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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