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주인공은 나야 나!”
배우 고현정이 SBS 수목극 ‘리턴’에서 하차하게 됐다. 캐릭터 분량 등으로 주동민 PD와 수 차례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분량 문제로 제작진과 신경전을 벌이는 일은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주인공이 하차까지 한 건 이례적이다.
고현정 소속사 아이오케이컴퍼니는 8일 새벽 “리턴’에서 공식적으로 하차한다”며 “많은 사람이 함께 만들어 가는 드라마의 특성상 어떤 한 사람이 문제라면 작품을 위해 빠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 SBS 하차 통보를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현정씨는 배우로서 책임감과 작품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촬영에 임했다”며 “제작 과정에서 연출진과 거듭되는 의견차이가 있었다. 최대한 조율해보려고 노했지만 간극을 좁힐 수 없었다. 많은 논의와 고심 끝에 더 이상 촬영을 이어 나가는 게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고현정은 분량 및 전개 불만으로 주 PD 등 제작진과 여러 차례 다툼을 벌였다. 최경미 작가가 고현정, 정은채 위주로 대본을 수정하기도 했지만,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급기야 고현정은 대본을 집어 던지고 발길질을 하며 주 PD의 멱살까지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고현정은 촬영장을 이탈했고, 제작진도 촬영 거부를 선언하며 사건은 일파만파 커졌다.
‘리턴’은 시청률 17%를 돌파하며 인기몰이 중이기에 고현정의 하차는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리턴’은 TV 리턴 쇼 진행자 최자혜(고현정) 변호사가 소년범 소년 출신 독고영(이진욱) 형사와 살인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하지만 주인공 고현정, 이진욱보다 살인사건 용의자로 떠오른 상류층 4인방 봉태규를 비롯해 신성록, 박기웅, 윤종훈 등이 더 주목 받았다. 때문에 고현정이 분량에 대한 불만이 클 수밖에 없었을 터. 주인공의 분량 문제는 예민한 사안 중 하나다. 대본 및 연출 방향을 두고 배우와 제작진이 갈등을 빚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심지어 스타들은 크레딧, 제작발표회 입장 순서 등으로 신경전을 벌이곤 한다. 일종의 ‘연예인 병’이라고도 할 수 있다. 2008년 방송된 SBS ‘온에어’는 김하늘, 송윤아, 박용하, 이범수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누구의 이름을 앞세우는지를 놓고 신경전이 벌여졌고, 결국 제작진은 ‘가나다’순으로 합의했다. 2016년 SBS ‘돌아와요 아저씨’ 때도 마찰이 불거졌다. 그 결과 비중이 아닌 나이 순서로 이름 순서를 정했다. 최고령자인 박인환을 맨 앞에 세우고 김수로, 최원영, 김인권, 정지훈, 이민정, 이하늬, 오연서, 윤박, 이태환 순으로 정리됐다.
그 동안 배우들이 제작진과 갈등을 빚는 경우 PD나 작가 등이 교체되는 경우는 많았다. 하지만 고현정처럼 주인공이 하차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제작진은 고현정의 ‘갑질 논란’을 주장하며 주인공 교체라는 초강수까지 뒀다. SBS 내부에서 제작진 교체 관련해선 반발이 심했다는 후문이다. SBS는 평창동계올림픽중계로 8일 ‘리턴’을 결방하면서 시간을 벌었지만, 고현정의 대타를 구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현정 측은 “주연배우로서 끝까지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 거듭 사과 드린다. 모든 제작진과 동료 배우들에게도 죄송한 마음”이라면서 “‘리턴’에 대한 시청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 부탁 드리며 작품에 피해가 가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최지윤 기자 plai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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