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첫 경기에서 기분 좋게 승리를 거둔 컬링 믹스더블(혼성 2인조) 이기정(23)-장혜지(21)가 활짝 웃었다.
이기정-장혜지는 8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예선 1차전에서 핀란드의 오오나 카우스테(30)-토미 란타마키(50)를 9-4로 누르며 한국 선수단에 첫 승을 안겼다.
1엔드에서 3점을 따 기선을 제압한 한국은 2엔드와 3엔드에서도 1점씩 추가했다. 4엔드에서 1점을 내준 뒤 5, 6엔드에서 또 다시 각각 2점, 1점을 허용해 5-4로 쫓겼지만 7엔드에서 대거 4점을 내 핀란드의 기권을 받아냈다. 믹스더블은 8엔드 경기지만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핀란드 선수들이 한국 선수들에게 악수를 청하는 방식으로 패배를 인정했다.
경기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온 두 선수는 “사실 너무 떨리고 긴장했다”면서도 “준비한대로 좋은 경기를 해 다행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3,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강릉 컬링센터는 평일 오전인데도 관중으로 가득 찼다. 관중들은 이기정과 장혜지가 멋진 플레이를 선보일 때마다 큰 함성과 환호를 보냈다. 이기정은 “경기 전에는 한국 관중보다 외국 관중이 더 많아서 오히려 위축될 까봐 걱정했는데 한국 분들이 많이 와주셨다”며 “제가 파워풀한 샷을 좋아하는데 관중들이 세리머니를 잘 받아주셔서 큰 힘이 됐다”고 감사해했다. 장혜지도 “관중들이 컬링의 룰과 매너를 너무 잘 알고 오신 것 같아서 놀랐다.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 개회식은 9일이지만 경기 수가 많은 컬링은 개막 하루 전 시작했다. 한국 선수 145명 중 가장 먼저 경기에 나서 기분 좋게 승전고를 울린 장혜지는 “다른 선수들도 우리의 기운을 받아서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초반에 크게 앞서다가 아슬아슬하게 추격을 허용하기도 한 상황에 대해 이기정은 “후반부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며 “이번에는 70% 정도 보여드린 것 같다. 다음 경기에는 90%를 보여 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세계랭킹 12위 한국은 이날 오후 8시5분 랭킹 3위의 강호 중국과 2차전을 갖는다. 중국은 이날 오전 첫 경기에서 스위스(2위)에 5-7로 져 한국전에 배수의 진을 치고 나올 전망이다.
올림픽을 앞두고 인터뷰 때마다 솔직 담백한 인터뷰로 화제를 모은 두 선수는 여전히 유쾌했다.
포털사이트에 ‘컬링이 이렇게 재미있는지 몰랐다’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는 질문에 장혜지는 “너무 감사하다. 사실 저희가 올림픽에 나온 건 컬링이 재미있는 스포츠라는 걸 알려 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기뻐했다. ‘장혜지가 예쁘다는 댓글도 있다’는 말에 장혜지가 미소를 짓자 이기정은 “제발 프로필 사진만 보지 마시고 직접 현장에 와서 보시라“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강릉=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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