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턴5’ 이후 가장 강력한 로켓
테슬라 스포츠카 싣고 우주로
화성식민지 건설 꿈에 한 걸음 더
효율성 내세워 NASA 임무 대체
‘일론 머스크는 ‘흥미로운 인물’(Dude)이다. 그의 터무니없어 보였던 발상이 보편성을 띠기 시작했다.’
미국 투자전문 매체 밸류워크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를 겸직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46)를 이같이 묘사했다. 저돌적인 도전으로 새 시장을 개척해 온 그의 추진력을 강조한 것이다.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 39번 발사대에서 대형 로켓 ‘팰컨 헤비’ 발사에 성공했다. 머스크의 꿈인 ‘화성 식민지 건설’에도 한걸음 다가섰다. 지난해 재활용 로켓 발사에 성공했던 스페이스X는 49년 전 미 항공우주국(NASA)이 아폴로 11호를 발사했던 자리에서, 테슬라의 빨간색 스포츠카 ‘로드스터’를 실은 팰컨 헤비를 쏘아 올리며 민간주도 우주 개발의 신기원을 열었다. ‘팰컨 헤비’는 높이 70m, 폭 12.2m로 지구 저궤도에는 64톤, 화성까지도 18톤의 화물을 보낼 수 있다. 아폴로 11호를 달로 보낸 ‘새턴5’ 로켓 이후 가장 강력한 로켓이다.
팰컨 헤비의 발사 성공은 2차 대전 이후 국가 전유물이었던 우주산업에 혁신으로 무장한 민간 자본도 본격 진입했음을 뜻한다. 우주개발은 막대한 자금 소요로 국가가 주도해 왔지만 2000년대 들어 머스크, 아마존 창업자이자 우주개발 업체 ‘블루 오리진’도 경영하는 제프 베조스 등 억만장자들도 뛰어 들었다.
이들 민간 자본은 미ㆍ소 냉전 종식 이후 국가지원 감소와 비대조직의 관료화로 성과를 내지 못한 미 항공우주국(NASA)로부터 우주개발 주도권을 넘겨 받고 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쿼츠는 “NASA는 일자리 보호에 급급, 우주탐사라는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연구 등에 주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머스크가 효율성과 빠른 기술 혁신을 앞세워 NASA 본연의 임무를 대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머스크를 ‘망상가’로 보는 시각도 여전하다. 테슬라의 자금 사정이 한계에 내몰리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달 테슬라가 자금 수혈을 위해 고객 리스를 담보로 5억4,600만달러(약 5,924억원) 규모 채권을 발행한다고 전했다. 머스크가 로켓에 전기차를 실은 것도 위기상황을 극복하려는 상업적 계산이 깔렸다는 지적이다.
우주여행을 사기업이 주도하는 데 따른 우려와 함께 윤리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캘리포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학의 패트릭 린 교수는 “머스크는 뛰어난 발명가이자 야심가지만 그의 영향력이나 윤리적 이슈를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며 “화성에 인류를 옮기겠다는 것은 인류가 해결하지 못한 여러 문제를 다른 별에 폐기하겠다는 의미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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