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은 우리의 죄를 속해주는 희생제사로서의 제사는 자기 자신을 제물로 바친 대제사장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완성되었다고 본다. 더 이상 속죄의 희생 제사는 없다. (마르틴) 루터는 계급적 제사장직에 반대하고 ‘전신자 제사장론’을 주장했다. 목사가 제사장이어서 세습할 수 있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8일 오후 7시 서울 광장동 장로회신학대 여전도회기념관에서 열릴 ‘명성교회 세습철회 기도회’의 신학포럼에서 현요한 장신대 교수는 이런 내용을 담은 ‘교회 담임목사직 세습의 문제점들’을 발표한다. 기도회는 장로회신학대 소속 교수 60명이 지난달 결성한 ‘명성교회 세습 철회와 교회개혁을 위한 장신대 교수 모임’(세교모) 주최로 열린다. 세교모는 지난해 10월 김삼환-김하나 목사의 명성교회 부자 세습이 공식화되자 이를 비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명성교회 세습은 세간의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현재까지 요지부동이다. 되레 성경에 보면 제사장직도 세습하는데 무슨 상관이냐, 세습이라기보다는 교인들의 소원에 따른 목사 청빙일 뿐이다라는 반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신학포럼은 이 반론들을 반박하는데 힘을 모은다.
현 교수는 구약 시대 제사장직은 레위인들에게 세습직으로 주어졌으나 신약 시대는 이것이 깨어졌다고 본다. 예수의 희생으로 죄 사함을 받았으니 이제 남은 것은 ‘희생 제사’가 아니라 “기도와 감사와 찬양의 제사” “서로 섬기고 나누는 사랑의 제사”다. 현 교수는 “이 제사는 목사에게만 맡겨진 일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요구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사장직 세습이 인정되던 구약 시대에도 “제사장 가문은 생업의 기반이 되는 토지를 기업으로 소유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약 이후 제사장직 자체가 사라졌을 뿐 아니라, 제사장직이 있을 때도 ‘특권’보다 ‘헌신’이었다는 얘기다.
홍지훈 호남신학대 교수는 세습이 아니라 목사 청빙일 뿐이라는 주장에 대해 발표문 ‘역사와 신앙의 관점에서 본 담임목사직 세습’으로 반박한다. 홍 교수는 청빙이라는 주장 자체가 “지금까지 단 한번도 2,000년 기독교 역사를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다는 증거”이자 “프로테스탄트 운동이 걸었던 목숨값을 가벼이 여기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가톨릭이 처음부터 타락했던 것은 아니다. 가장 위대한 교황으로 꼽히는 7세기 초 그레고리1세는 ‘하나님의 종들의 종’을 자처하며 평생을 헌신했다. 하지만 15~16세기에 이르러 교황들은 교황의 친인척들이거나 심지어 사생아이기도 했다. 이 ‘종교가문’의 횡포에 맞서 초기 교회로 되돌아가자고 주장한 인물이 바로 루터다. 홍 교수는 그런 루터를 이어받았다는 개신교계가 어떻게 버젓이 세습을 할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자기 존재 근거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홍 교수는 “담임목사직 대물림은 2,000년 기독교 역사와 기독교 신앙의 근본을 뒤흔드는 문제라는 인식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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