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36)이 텍사스에 새 둥지를 틀면서 동갑내기 추신수와 한솥밥을 먹게 됐다.
두 명의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한 팀에서 뛰는 건 네 번째지만 투수와 타자로는 처음이다. 2005~2006년 김병현과 김선우가 콜로라도에서 처음 같이 뛰었고, 서재응과 구대성도 2005년 뉴욕 메츠에서 함께 지냈다. 서재응은 2007년 류제국과도 탬파베이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었다. 모두 ‘투투’ 조합이었다. 이번엔 첫 투타의 만남에 따라 추신수가 치고, 오승환이 막는 드라마틱한 장면도 상상해볼 수 있다.
미국의 스포츠매체 '디 애슬래틱'은 7일(한국시간) "텍사스가 FA 불펜 오승환과 계약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LG 선수들과 훈련하던 오승환은 이날 텍사스주 댈러스로 이동했다. 메디컬테스트를 통과하면 구단이 오승환 영입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매체에 따르면 텍사스는 오승환과 '1+1년 최대 925만 달러(약 100억6,000만원)'에 입단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 애슬래틱은 "첫해 보장 연봉은 275만달러(약 30억원)다. 두 번째 해 계약은 구단 옵션이며 오승환이 조건을 채우면 450만달러(약 49억원)를 받는다"며 "두 시즌 모두 100만 달러의 보너스가 걸렸다"고 전했다. 2년 동안 텍사스에 머물면 725만 달러를 보장받고, 구단이 정한 기준을 넘어서면 200만 달러를 추가로 받게 된다는 것. 또 텍사스가 1년 뒤 오승환을 내보내면 바이아웃으로 25만 달러를 지불한다.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에 속한 텍사스는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팀이다. 박찬호가 2002년 5년 6,500만달러(당시 약 707억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어 처음 개척한 데 이어 추신수가 2014년 7년 1억3,000만 달러의 잭팟을 터뜨리고 입단했다.
KBO리그개인 통산 최다 세이브(277) 기록을 세운 오승환은 2014년 일본프로야구 한신과 계약해 첫 해 2승 4패 39세이브에 평균자책점 1.76으로 센트럴리그 구원왕에 올랐고, 2015년에도 2승 3패 41세이브에 평균자책점 2.83을 기록하며 구원왕 2연패를 차지했다. 2016년엔 태평양을 건너 세인트루이스에 입단, 6승 3패 19세이브에 평균자책점 1.92로 활약했다. 지난해엔 1승 6패 20세이브 평균자책점 4.10으로 다소 주춤했지만, 빅리그에서도 오승환에 대한 검증은 충분했다.
따라서 오승환은 당장 텍사스의 마무리 자리를 노릴 수도 있을 전망이다. 텍사스는 2017년 불펜 평균자책점 4.76으로 아메리칸리그 15개 구단 중 14위에 그쳤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닷컴은 "알렉스 클라우디오가 텍사스 마무리로 2017시즌을 마쳤지만, 올해는 다시 불펜으로 이동할 수 있다"며 맷 부시, 키오니 켈라, 토니 바넷 등을 오승환과 마무리 투수 자리를 놓고 경쟁할 투수로 언급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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