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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닮아가는 트럼프?... “대규모 열병식 추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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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닮아가는 트럼프?... “대규모 열병식 추진하라”

입력
2018.02.07 12:2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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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佛 열병식 보고 관심

백악관, 독립기념일 등 염두

北ㆍ中 자극 한반도 악영항 우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M-13 갱단 대책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M-13 갱단 대책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 국방부가 연내 워싱턴 D.C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거행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밝혔다. ‘힘을 통한 평화’ 와 ‘애국주의’를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여러 차례 열병식을 희망해 온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미국 역대 대통령 대부분은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군국주의 이미지를 심어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 열병식을 피해왔다. 미국이 특별한 계기도 없이 핵무기를 비롯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거행하면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정세에도 긴장을 고조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국방부에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조지프 던포드 합참 의장 등과 회동한 자리에서 “프랑스와 같은 열병식을 원한다”고 주문해 군 고위급에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WP 보도 이후 백악관은 대통령의 지시를 확인했고 국방부도 “세부 사항을 결정하는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프랑스 방문 때 프랑스 대혁명을 기념하는 열병식에 참석한 뒤 “내가 본 최고의 열병 중 하나였다”며 큰 관심을 드러냈고 9월에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 독립기념일에 (워싱턴) 펜실베이니아 거리에서 군사력을 보여줄 수 있는 멋진 열병식을 여는 것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열병식 날짜로 독립기념일(7월 4일)이나 메모리얼 데이(5월 28일)를 논의하고 있지만 국방부는 재향 군인의 날(11월 11일)을 더 선호하고 있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11월 11일이 1차 세계 대전 승전 100주년과 겹쳐 트럼프 대통령이나 정치와의 연관성을 희석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규모 열병식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희망이 현실화하게 됐지만 비판도 적지 않게 나온다. 냉전 시대였던 1949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 취임식,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취임식과 1991년 걸프전 승리 기념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 외에 미국의 역대 대통령은 열병식을 피해왔다고 WP는 전했다. 과거 소련의 붉은 광장에서 열린 행진이나 북한의 미사일 열병식 등과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 라이스 대학의 더글라스 브링클리 사학자는 “열병식을 할 만한 진정한 이유가 없다면, 전체주의 국가에서 보는 것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사학자인 마이클 베쉬로스도 “냉전 시대로 회귀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과거 소련이 열병식을 했던 이유 중 하나가 소련 군대가 그들이 주장하는 것보다 더 허약하다는 것을 감추기 위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대규모 열병식은 북한에 대한 군사력 위협 메시지로 받아들여져 한반도 정세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핵버튼 위협에 맞서 트위터에 “나도 핵버튼이 있다. 그 보다 더 크고 강하다”고 조롱하며 미국의 군사력을 과시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열병식은 김정은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밝혔으나, 북한 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등에도 강력한 군사적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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