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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배상금 횡령’ 변호사 세무조사 로비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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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배상금 횡령’ 변호사 세무조사 로비 수사

입력
2018.02.07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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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억 배상금 가로채 주식투자

서류조작 통해 수십억 탈세 혐의 구속

국세청 직원에 금품제공 단서 포착

그림 1한국일보가 확보한 최모 변호사 법무법인의 메모. 세무조사를 대비해 직원들에게 배포한 지침서로 보이는데, '기밀비' '차명계좌' 등의 문구가 눈에 띈다. 최 변호사 측은 "경리직원이 회계학원에서 들은 내용을 개인적으로 정리해놓은 메모"라고 주장했다.
그림 1한국일보가 확보한 최모 변호사 법무법인의 메모. 세무조사를 대비해 직원들에게 배포한 지침서로 보이는데, '기밀비' '차명계좌' 등의 문구가 눈에 띈다. 최 변호사 측은 "경리직원이 회계학원에서 들은 내용을 개인적으로 정리해놓은 메모"라고 주장했다.

공군비행장 인근 주민들의 소음피해 배상금(지연이자)을 가로챈 혐의를 받아온 중견 변호사가 거액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고위 공직자를 상대로 금품로비 의혹이 제기된 이 변호사가 세무조사 무마용으로 국세청 직원에게 금품을 건넨 단서를 포착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6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고검 특별수사팀은 국세청이 2012년 최모(57) 변호사가 운영하는 법무법인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을 때 그가 세무공무원들에게 금품을 전달하고 향응을 제공한 단서를 포착했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최 변호사 운전기사인 이모씨의 검찰 제출 자술서에 따르면 최 변호사가 세무공무원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형성한 정황이 여럿 나온다. 그는 세무조사에 대비해 서울 곳곳의 세무사나 회계사들을 만나러 다녔고 국세청 공무원들에게 조사작업을 하라며 서울 강남역 부근의 D오피스텔을 임대해줬다. 운전기사 이씨는 여러 차례 공무원들을 고급술집이나 스크린골프장에 데려다 줬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세무공무원 로비 명목으로 억대 금품이 전달됐다는 첩보를 입수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최 변호사가 운영하는 법무법인은 탈세 사실을 감추기 위해 세무조사를 철저히 대비한 흔적도 발견됐다. 한국일보가 확보한 법무법인의 ‘세무조사 대비 지침서’에는 의미심장한 문구가 여럿 나온다. ‘기밀비’ ‘차명계좌’ 등의 용어가 버젓이 적혀 있고, ‘판결금 지급 실제와 다르다’ ‘기밀서류와 중요서류 구분이 필요하다’ 등의 문구도 나온다. 모든 직원이 개인 외장하드 보유를 의무화하라는 지침도 보여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쓰기도 했다. 최 변호사 측은 한국일보에 해당 문건의 존재는 인정하면서도 “경리직원이 회계학원에서 들은 내용을 개인적으로 정리해놓은 메모”라고 주장했다.

서울고검 특별수사팀은 6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조세) 등으로 최 변호사를 구속수감 했다. 검찰은 최 변호사가 피해자에게 돌아가야 할 배상금을 가로채 주식투자 등에 썼고, 이 과정에서 서류조작 등의 방법으로 소득을 누락해 최소 수십억 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서울서부지검과 서울남부지검은 최 변호사가 거액을 탈세한 정황을 포착하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를 두고 최 변호사와 유착 의혹이 제기된 박근혜 정부 유력인사의 수사 착수에 부담을 느낀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검찰은 논란이 확산되자 지난해 말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 소속의 손영배 부장검사를 팀장으로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최 변호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수사해왔다.

최 변호사는 탈세 사건과는 별도로 주민들에게 지급돼야 할 배상금 지연이자 142억원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 등)로 지난해 1월 기소됐다. 검찰은 이날 결심공판에서 최 변호사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최 변호사는 “계약과정에서 꼼꼼하지 못했던 부분은 있었지만 계약서를 위조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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