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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금융권 채용비리도 고강도 점검

입력
2018.02.06 20: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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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시중은행 이어

보험ㆍ증권ㆍ카드ㆍ저축은행 등

공채 과정 청탁 실태 점검

업계선 “과도한 경영 간섭” 비판

검찰, 국민은행 본사 압수수색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이어 보험, 증권, 카드,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 대해서도 고강도 채용비리 검사에 나선다. 제2금융권은 은행과 달리 대부분 ‘오너’가 있는 민간 기관이지만, 정부에서 인가를 받아 영업하는 만큼 채용 부문에서도 공적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원회 고위관계자는 6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잇따른 금융권 채용비리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들끓고 있는 만큼 제2금융권에 대해서도 채용 과정에 비리가 있었는지 여부를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시중은행 채용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이와 별개로 금융권 전반의 채용 실태를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며 “검사 기준이 정해지는 대로 금융감독원 검사 담당 인력을 대상 기관에 파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2금융권 채용비리 검사는 시중은행 때와 마찬가지로 ‘공개 채용’에 한정해 이뤄진다. 다시 말해 경영상 필요에 따라 특정 조건을 갖춘 사람을 직원으로 뽑는 ‘특별 채용’은 검사 대상이 아니다. 금감원 검사 담당 국장은 “예컨대 오너가 경영 수업 목적으로 자녀를 임원으로 채용했다면 재량권을 인정할 수 있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고 채용하기로 약속한 공개채용 과정에서 오너가 청탁을 받고 기준 미달 지원자를 합격시켰다면 적발 대상”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시중은행을 전수 점검했던 지난번과 달리 제2금융권 검사 땐 일부 회사를 선별해 검사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2금융권에 속한 기관은 어림잡아 100여 곳에 달하기 때문에 한정된 검사 인력을 고려하면 전수 검사가 불가능하다”며 “통상적 영업 관련 검사 때도 대상 금융사를 선별해 실시하는 만큼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당국의 채용비리 검사 확대에 제2금융권은 불만스러워하고 있다. 소유 구조상 ‘주인’이 없는 시중은행과 달리, 제2금융권은 지배적 주주가 있는 회사가 적지 않은데, 당국이 이러한 ‘순수 민간기관’의 채용까지 문제 삼는 것은 명백한 경영 개입이라는 것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채용은 사주의 인사권에 해당하는데, 당국이 정부 지분 하나 없는 민간 금융사의 채용을 문제 삼는 건 부당하다”며 “당국이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과도한 경영 간섭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국은 업계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한 금감원 임원은 “개인 빵집이라면 사장이 직원을 어떻게 뽑든지 사장 권한이지만, 정부 인가는 물론이고 위기 때 수조원 규모의 공적자금까지 받은 금융사들이 공공 업무를 수행할 직원을 원칙 없이 뽑는 건 법을 떠나 사회적으로도 용인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금감원 임원은 “시중은행도 민간 금융사이긴 마찬가지인데 시중은행만 채용비리 점검을 받고 제2금융권은 면제받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모든 금융업권은 사회적 신용을 지켜야 한다고 규정한 금융사지배구조법을 비롯해 법적 근거도 명확하다”고 반박했다.

한편 채용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시중은행에 대한 검찰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이날 신입행원 부당 채용 의혹을 받는 KB국민은행의 여의도 본사를 압수수색 했다. 검찰은 수사관 25명을 보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사무실과 채용담당 부서 등 6곳에서 인사 자료 등을 압수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는 이날 조합원 10명 중 9명이 윤 회장 사퇴에 찬성한다는 내용의 설문조사를 공개하며 경영진을 압박했다.

은행권은 투명한 채용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은행권 공동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채용절차를 위한 모범규준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권 맏형 격인 은행권이 채용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자정 노력에 나서면서 다른 업권도 관련 제도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금융기관 감독당국인 금융감독원이 보험, 증권, 카드,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 대해 채용비리 검사에 나서기로 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금감원 청사 앞 표지석. 김주성 기자
금융기관 감독당국인 금융감독원이 보험, 증권, 카드,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 대해 채용비리 검사에 나서기로 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금감원 청사 앞 표지석. 김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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