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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시인 '괴물'로 문단 성폭력 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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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시인 '괴물'로 문단 성폭력 풍자

입력
2018.02.06 19:1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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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시인과 계간 ‘황해문화’에 실린 시 '괴물'.
최영미 시인과 계간 ‘황해문화’에 실린 시 '괴물'.

문단 내 성폭력을 고발하는 시 ‘괴물’을 발표한 최영미(57) 시인이 6일 방송에 출연해 문단 성폭력 문제를 다시 폭로했다. 해당 시는 특정 원로 시인을 떠올리게 했다는 이유로 이날 하루종일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했다. 최 시인은 이날 저녁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시 ‘괴물’과 관련 “문학 작품은 현실과는 별개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사자로 지목된 시인이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후배 문인을 격려한다는 취지에서 한 행동이 오늘날에 비추어 성희롱으로 규정된다면 잘못된 행동이라 생각하고 뉘우친다”고 해명한 것에 대해서는 “(그는) 상습범”이라고 반박했다. 최 시인은 “그 문인이 내가 처음 떠올린 문인이 맞다면 굉장히 구차한 변명이라고 생각한다. (…) 내가 문단에 데뷔할 때부터 여러 차례 너무나 많은 성추행과 성희롱을 목격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또 문단 내 성폭력이 “내가 등단할 무렵에 거의 일상화돼 있었다”며 “첫 시집을 낸 1994년 전후로 문단 술자리에 많이 참석했는데 그때 목격한 풍경은 놀라울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문단이 이런 곳인 줄 알았다면 내가 여기 들어왔을까 후회했다”고 밝혔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논란이 된 시 ‘괴물’은 최 시인이 문화계간지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에 게재한 것이다.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 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받고 나는 도망쳤다/…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도 모르는/ 불쌍한 대중들/.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이 나라를 떠나야지/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

이 시는 ‘En’으로 표기한 시인의 이름과 ‘노털상’ 때문에 특정 원로 시인을 겨냥했다는 추측이 나왔다. 2016년 말 트위터에서 시작된 #문단_내_성폭력 해시태그 운동과 함께 문단 성폭력 폭로가 터져 나왔지만, 당시 최순실 게이트에 묻히고 말았다. 그러나 서지현 검사가 불 붙인 미투 운동이 최근 사회 전체로 확산되면서 문단에 다시 시선이 쏠리고 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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