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중근(77) 부영그룹 회장 측을 협박해 5억여원을 뜯어낸 혐의로 전직 부영 계열사 직원이자 비자금 관리인 박모씨를 7일 구속했다.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는 이중근 회장도 이날 함께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구상엽)에 따르면, 박씨는 비자금 조성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이 회장 측을 협박해 2011년부터 4년간 총 5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공갈 등)를 받고 있다. 전날 박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진행한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시쯤 “혐의가 소명되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부영그룹 계열사에서 경리업무를 담당한 박씨는 아파트 단지 설치용 미술작품의 단가나 각종 공사 대금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이 회장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2000년대 초 회사를 그만두면서 비자금 중 10억여원을 빼돌렸고, 이후에도 부영 측에 비자금 관련 장부를 공개하겠다며 8억원을 달라고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영 측은 “미술 장식품 가격을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앞서 부영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 과정에서 박씨 혐의를 파악한 검찰은 이 회장 측이 비자금 조성의 불법성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5억원을 ‘입막음용’으로 박씨에게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도 이날 함께 구속됐다. 전날 이 회장 및 부영그룹 임원 2명에 대한 영장심사를 진행한 권 부장판사는 이 회장에 대해 “주요 혐의사실 중 상당부분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이모 고문 및 이모 전무에 대해서는 “객관적 증거자료가 상당 부분 수집되어 있고 피의자들의 지위와 역할 등에 비추어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들은 임대주택 불법 분양으로 2조원대 부당이득을 거두고 우량계열사 자금을 횡령해 수천억 원대 쌈짓돈을 만든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은 영장심사에 앞서 “회사가 법을 다 지켰을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구속을 피하지는 못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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