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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파티는 끝났다” VS “조정일 뿐, 겁먹을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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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파티는 끝났다” VS “조정일 뿐, 겁먹을 필요 없다”

입력
2018.02.06 18:1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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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 급락 여파로 코스피가 개장과 동시에 급락한 6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표시된 코스피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날 장중 3.3% 하락한 2,409.38을 기록하기도 했던 코스피 지수는 오후들어 회복해 2,453.31로 장을 마쳤다. 배우한 기자
미국 증시 급락 여파로 코스피가 개장과 동시에 급락한 6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표시된 코스피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날 장중 3.3% 하락한 2,409.38을 기록하기도 했던 코스피 지수는 오후들어 회복해 2,453.31로 장을 마쳤다. 배우한 기자

글로벌 주식 시장이 파랗게 질렸다. 5일(현지시간) 미 다우지수가 4.60%나 급락한 데 이어 6일 우리나라 코스피(-1.54%)와 일본 닛케이(-4.73%), 중국 상하이종합(-3.35%) 등 한중일 증시가 모두 하락했다. ‘공포 지수’라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하루 만에 17.3에서 37.3으로 2배 이상으로 치솟기도 했다. 시장에선 지난 9년 간 이어진 ‘유동성 잔치(파티)’가 사실상 끝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긴축의 시대가 막을 올렸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폭락을 이끌 만한 특별한 악재가 없다는 점에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며 상승해 온 글로벌 증시가 필요한 시점에 조정을 겪고 있는 것이란 낙관론도 여전하다.

전 세계 증시 급락의 직접적 단초가 된 것은 지난 2일 발표된 미국의 1월 고용 지표였다. 시간당 임금이 전년동기 대비 2.9%나 오른 것으로 나온 것. 예상치(2.6%)보다 높은 임금 상승률은 경기 회복의 신호로 볼 수도 있지만 증시에선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오는 3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높여주는 지표로 해석됐다. 이에 따라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2.841%까지 급등했다.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최대 4차례나 올릴 것이란 전망이 확산된 것도 이런 공포감에 기름을 부었다. 금리가 상승 국면으로 접어들면 ‘위험 자산’인 증시 보단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채권으로 자금이 이동하기 마련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9년간 저금리와 확장 정책으로 이어진 유동성 장세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것”이라며 “1분기 중 상승세로 반전하긴 힘들고 상승하더라도 그 힘이 이전만큼 강하진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도 “최근 미 증시가 급락했음에도 주요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7배 수준으로 여전히 높은 편”이며 “시장에서 주가가 싸졌다고 여겨질 때까진 조정 국면이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이 현실로 다가오더라도 증시가 완전히 약세장으로 돌아서진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적잖다. 경제가 충분히 회복된 상태에서 예상 가능한 수준의 금리 인상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 금리 인상은 그 만큼 경기가 좋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주가는 금리보단 기업 이익의 증감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

정규돈 국제금융센터 원장은 “미국의 감세 정책과 인프라 투자 증가 등에 따라 해외 투자은행(IB)들도 미 경제성장률이 올해 2.7%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당분간 조정은 있겠지만 약세장(베어마켓)으로 큰 흐름이 바뀔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오는 14일 발표되는 미국의 1월 소매판매 지표에서 임금 인상에 뒤따르는 소비 증가 추세 등이 확인되면 시장도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 주식 시장의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이어진 글로벌 증시의 상승세에서 한 발짝 비껴 있었다는 점도 감안돼야 한다. 상대적으로 덜 오른 만큼 낙폭도 작기 마련이다. 이달 들어 이어지는 글로벌 폭락장에서도 코스피가 비교적 견고한 이유다. 실제로 이날 코스피 지수의 낙폭은 미국은 물론 일본이나 중국보다도 훨씬 작았다. 장중 한 때 5% 이상 하락했던 코스닥 지수가 사실상 반등에 성공해 0.01%(0.05포인트) 하락한 약보합세로 끝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 기관 투자자는 758억원을, 외국인도 1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물론 외국인 비중과 민감도가 높은 한국 증시의 특성상 당분간 안심은 금물이다. 이달 들어 4거래일동안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조4,815억원, 코스닥 시장에선 6,991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김재홍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 조정에 대해 너무 겁먹을 필요도 없지만 주가가 많이 빠졌다고 해서 무작정 매수하는 전략도 위험하다”며 “미국 금리 상승 등에 대한 불확실성과 부담감이 시장에 충분히 반영됐다는 것을 확인한 뒤 투자에 나서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이 센터장은 “코스피와 코스닥이 최근 기록한 고점을 연말까진 회복하기 힘들다고 보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유동성의 힘만으로 급등한 일부 코스닥 바이오 종목에 대한 투자는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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