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외교담당 국무위원 8~9일 방미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한반도 위기설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외교수장이 만남을 가질 예정이어서 논의 결과가 주목된다. 양국은 최근 고조되고 있는 무역전쟁 우려에 대해서도 접점 찾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6일 외교업무를 총괄하는 양제츠(楊潔篪)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초청으로 8, 9일 미국을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양 국무위원은 이번 미국 방문 기간에 중미관계와 공동관심사, 국제 및 지역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북한 핵ㆍ미사일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정세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이행 문제, 미중 간 무역갈등 문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이 포괄적으로 논의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양 국무위원의 이번 방미는 특히 시점상으로 의미가 상당해 보인다. 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남북 간에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고 우리 정부가 북미 간 직간접 대화를 모색하는 반면 미국 측에서 대북 강경론이 쏟아지면서 한반도 위기설이 재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 대화를 적극 환영하며 북미 대화를 거듭 촉구해온 중국이 북핵 문제를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해 어떤 제안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우려가 커지는 때라는 점에서도 눈여겨볼 만하다. 미국은 최근 중국산 태양광패널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했고, 이에 반발한 중국은 지난 4일 미국산 수수에 대한 반덤핑ㆍ반보조금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미 행정부가 최근 신국가안보전략과 국방전략, 핵 태세 보고서 등을 통해 중국을 경쟁자로 규정하자 중국이 이를 냉전적 사고라고 비난하는 등 양측 간에 고조된 신경전이 완화될 지도 관심사다.
중국 내 대표적 미국통인 양 국무위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후 미중 간 갈등이 고조될 때마다 사실상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특사 역할을 해왔다. 김정남 암살 사건 처리와 대북 원유수출 문제, 미중 정상회담 의제 등을 매끄럽게 조율해내면서 지난해 제19차 공산당대회에선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했다.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교수는 “미국은 양 국무위원의 방중을 통해 무역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 할 가능성이 높고 중국은 전반적인 대화ㆍ협력 분위기 조성에 주력할 것”이라며 “눈에 보이는 성과와 무관하게 미국이 대북 강경론으로 기우는 듯한 상황에서 양제츠-틸러슨 회동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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