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부처 간 장벽은 만리장성 같다”고 고백했다.
백 장관이 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최고경영자(CEO) 조찬 강연에서 부처 간 협조가 안돼 기업들이 활동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자 한 답변이다. 백 장관은 “공무원들은 다른 부처의 협조 요청에 응하는 순간 책임만 떠안고, 정작 인사고과에선 칭찬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일단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게 더 쉽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부처 간 협업에서 공을 세운 공무원을 선정해 상을 주고 진급을 시키는 방안이 도입되면 협업이 자동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백 장관은 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원전 수주에 접근한 가시적 성과를 내는 게 올해 상반기 주요 목표로 이달 말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 원자력발전 사업을 협의하고 원전 수주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정부가 원전 수출에 소극적이라는 일각의 의구심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백 장관은 이날 ‘국민의 삶을 바꾸는 산업 혁신성장’이란 주제로 강연하면서 “전기ㆍ자율주행차와 정보기술(IT)ㆍ가전, 에너지 산업, 바이오ㆍ헬스, 반도체ㆍ디스플레이 등 5개 분야의 신산업 프로젝트에서 성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기술과 신산업에 대해서는 규제가 없는 쪽으로 가고자 한다”며 “기업에선 목소리를 더 많이 내고, 국회는 기업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주력 수출 품목이자, 최근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백 장관은 “중국이 32단 낸드플래시 제품을 오는 하반기부터 생산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며 “그렇게 되면 공급물량 과잉 이야기가 나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요즘 중국에 맹렬한 추격을 당하고 있다”며 “정부 지원 아래 산업체와 대학, 연구소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국사회의 큰 사회적 문제인 청년실업 해소에도 앞장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백 장관은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 다가올 고령화 시대에 건강한 국가의 모습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신산업을 개척하고 주력사업의 경쟁력을 높여 새로운 매출과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산업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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