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로 중개자를 배제하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바로 이어주는 직거래 플랫폼이 구축된다. 6일 함께하는시민협동조합(약칭 시민유니온) 창립준비단은 전자결재대행 및 전자결제 및 통신과금 서비스 전문기업 하이엔티비, 보안솔루션 전문기업 오이지소프트와 이 같은 구축 계획에 합의하고 합동기획팀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시민유니온은 직거래 플랫폼의 탈중앙화ㆍ분산화를 통해 모든 중개자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중소기업ㆍ농어민ㆍ전통시장ㆍ골목상권의 중소판매자들이 소비자와 직접 만나 거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중앙 서버 대신 네트워크에 참여한 컴퓨터들이 데이터를 분산 보관해 신뢰성을 확보하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중앙 서버 역할을 하는 온라인쇼핑몰을 거치지 않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바로 이어주겠다는 구상이다. 시민유니온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유통 중개자로서 슈퍼갑의 지위를 갖고 있는 대기업의 독과점과 불공정 갑질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는 이미 인터넷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지만 시민유니온 측은 직거래 플랫폼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능동적 마케터가 되고 생산자와 상품에 대한 신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생산자가 온라인쇼핑몰 사업자에게 광고비를 지불하는 대신 검색, 이메일, 쪽지 등의 방법으로 광고를 하고, 소비자가 이를 열어보거나 상품추천, 댓글, 판매주선 등의 활동을 하면 현금으로 사용 가능한 ‘디지털 토큰’을 지급하는 방식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생산자는 직접 저비용으로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있고, 소비자는 디지털 토큰으로 수익을 올리며 능동적 마케터로 변모할 수 있게 된다.
플랫폼 안에서 통용되는 디지털토큰은 현금으로 1대1 교환이 가능한 ‘밤톨’과 수요-공급자의 관계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밤나무’ 두 종류로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거래 시 둘의 비율은 각 참여자가 결정한다. 현금 같은 성격을 지닌 밤톨과 달리 밤나무는 플랫폼 운영으로 인한 수익에 따라 배당하는 일종의 주식 같은 성격을 띤다. 플랫폼의 사업성이 커져 수익이 커지면 밤톨보다 가치가 높아지고 사업성이 떨어지면 반대가 되는 식이다. 시민유니온 관계자는 “밤나무를 보유한 참여자의 활동에 따라 가치가 바뀌기 때문에 생산자가 능동적인 마케터로 변하게 될 것”이라며 “디지털토큰은 실물에 기반한 것이어서 가상화폐처럼 투기를 유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직거래 플랫폼은 생산자와 판매자 간의 신뢰 문제도 생산자의 신분, 제품의 원산지, 재료, 유통과정, 소비자리뷰, 클레임, 애프터서비스 등의 정보를 분산 저장하는 블록체인 기술로 해결할 계획이다. 소비자유니온 측은 소비자의 비정상적 리뷰나 추천, 상습적 반품 등도 블록체인 기술로 걸러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상거래가 활성화하려면 많은 트래픽을 만들어 거래량을 늘려야 한다. 시민유니온 관계자는 “기존 중소 판매자를 위한 온라인쇼핑몰은 단지 판매자만 모아놓았을 뿐 손님을 모으는 데 무관심했다”며 “다수의 소비자들이 동참하는 협동조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민유니온 준비단은 2월부터 발기인을 모집해 4월쯤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블록체인 기반의 직거래 플랫폼은 2월부터 6~9개월에 걸쳐 구축할 계획이다. 시민유니온 준비단의 원인성 공동대표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중소ㆍ벤처ㆍ스타트업, 사회적기업, 농어민, 소상공인 등과 긴밀하게 협력해 유통 공룡 없는 수평적 유통구조 혁명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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