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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의 비상사태… 몰디브 헌정질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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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의 비상사태… 몰디브 헌정질서 위기

입력
2018.02.06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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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지도자 즉각 석방’ 판결 반발

야민 대통령, 15일간 비상사태 선포

대법원에 軍 투입… 대법관들 구금

압둘라 야민(가운데) 몰디브 대통령이 지난 3일 수도 말레에서 호위를 받으며 지지자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말레=AP 연합뉴스
압둘라 야민(가운데) 몰디브 대통령이 지난 3일 수도 말레에서 호위를 받으며 지지자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말레=AP 연합뉴스

한국에는 신혼여행지로 유명한 인도양의 ‘지상낙원’ 몰디브가 헌정위기에 휘말렸다. 의회와 대법원의 공세에 독재 지도자 압둘라 야민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대법원에 군부대를 투입하는 등 맞불을 놓은 것이다.

야민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15일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과 치안부대를 대법원에 투입했다. 압둘라 사이드 대법원장 등 대법관들도 구금했다. 후스누 알 수드 몰디브 변호사협회장은 로이터통신에 “아무도 대법원에 출입할 수가 없다. 사법제도 자체가 마비된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지난 1일 ‘야당인 몰디브민주당(MDP) 지도자 모하메드 나시드 전 대통령 등 야권 정치인 9명이 정치적 의도로 내린 잘못된 판결로 수감됐다’며 즉각 석방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동시에 당적을 바꾸면서 의원직을 박탈당한 의원 12명도 자리를 회복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야민 정부가 판결 이행을 거부하면서 야당과 사법부가 정부와 정면 충돌하는 상황이 전개됐다.

정부측에서는 올해 11월로 예정된 대선 구도가 불리하게 전개될 것을 우려했다. 대법원 판결로 유력 대선후보이지만 해외 망명 상태인 나시드 전 대통령이 출마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데다, 여소야대 정국으로 흐를 경우 현 야민 대통령에 대한 탄핵 공세가 벌어질 것을 우려한 것이다. 야민 대통령은 6일 국영방송에 출연해 “법관들이 쿠데타를 계획했다”고 주장했다.

몰디브 경찰은 이날 마우문 압둘 가윰 전 대통령도 체포했다. 가윰 전 대통령은 야민 대통령의 이복형으로 2008년까지 몰디브를 30년간 철권 통치했으나 현재는 야당을 지지하며 현 정권의 최대 비판자로 떠오른 인물. 그는 체포되기 전 트위터를 통해 지지자들에게 “결의를 확고히 하길 바란다. 우리가 추진하는 개혁 작업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스리랑카에 머물고 있는 나시드 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급기야 인도에 구금된 법관과 정치인을 석방하기 위한 군사 개입을, 미국에는 금융 제재를 호소하고 나섰다.

몰디브는 한때 ‘이슬람 민주주의’의 대표적인 가능성으로 불렸다. 2008년 가윰 전 대통령이 점증하는 민주화 요구를 이기지 못하고 다당제와 민주적 선거를 허가하면서 모하메드 나시드가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그러나 나시드가 의혹 많은 경찰 수사와 대법원장의 체포 등을 계기로 인해 사임하면서 애써 얻은 민주주의 기회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가윰 전 대통령의 이복동생으로 그의 후견을 받아 2013년 집권한 야민 대통령은 정치적 동맹들을 밀어내며 서서히 권력 집중을 강화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가윰 전 대통령과도 사이가 틀어졌고 한때 숙적이던 가윰과 나시드가 손을 잡는 등 오히려 반(反)야민 세력이 불어나 반격에 나선 상황이었다.

몰디브의 혼란으로 한국 외교부도 여행경보 상향을 검토 중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금년 하반기 몰디브 대통령 선거 전까지 비상사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주 스리랑카 대사관에서는 몰디브 거주 교민과 한국 여행객을 대상으로 신변 안전을 위한 공지문을 내고 “수도 말레섬으로의 이동을 자제하고 불가피하게 이동할 시에는 정치적 언행을 삼가며, 현지인들의 집회장소나 밀집장소에는 절대 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몰디브는 1,000여개 섬으로 구성된 인구 40만명의 소국으로 관광 산업에 주력해 왔다. 또 기후변화로 인해 수몰 위기에 처한 국가들 중 하나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최근 인도와 중국 사이 갈등이 심화하면서 전략적 중요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인도양에서 말라카 해협을 통해 태평양으로 나아가는 길목에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일본 등이 특히 몰디브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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