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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파월 시대, 완만한 긴축과 규제완화로 미 호황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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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파월 시대, 완만한 긴축과 규제완화로 미 호황 잇는다

입력
2018.02.06 04: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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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대통령’ 연준 의장 취임

경제 비전공자 출신의 중도파

“통화정책 철학 없다” 지적도

옐런 전 의장 기조 유지 전망

“급격한 변화 계획 없다” 불구

시장 상황 달라 ‘금리 조절’ 난제

“불필요한 규제 부담 줄일 것”

월가 금융기관서 잔뼈 굵어

트럼프 규제 완화 기조 발 맞출 듯

제롬 파월(65)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의 임기가 3일(현지시간) 시작됐다. 미국 경제가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 호황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미 중앙은행 수장에 취임한 그가 앞으로 6년 간 ‘세계경제대통령’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주목된다. 일부 과열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미국 경제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 임명권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금융규제 완화에 어떻게 대응할 지가 시장의 최대 관심사다.

제롬 파월 신임 연준 의장 프로필 송정근 기자
제롬 파월 신임 연준 의장 프로필 송정근 기자

소수의견 낸 적 없는 중도파

파월은 임기 사흘째인 5일 워싱턴 연준 청사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그는 취임 선서에서 “내 임기를 시작하면서 우리가 무엇을, 왜 하는지 설명하겠다는 약속을 강조하겠다”며 시장과의 소통을 약속했다. 또 “우리 금융시스템은 10여 년 전 금융위기가 시작되기 이전보다 훨씬 강하다”며 “그런 길이 유지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파월은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성향의 중립파로 분류된다. 버락 오바마 정부 집권기인 2012년 연준 이사로 선임된 그는 같은 해 의장에 취임한 전임자 재닛 옐런(72)과 보조를 맞춰왔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파월에 대해 “중도주의자로,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여론을 수렴하는 데에 능력이 탁월한 인사”라고 평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파월이 변호사 출신으로 경제학 전공자가 아닌 점, 연준 이사 재직 당시 소수의견을 낸 적이 전혀 없는 점을 들어 “통화정책에 대한 별다른 철학이 없다”는 지적도 없잖다. 파월의 취임으로 앨런 그린스펀(1987년 취임) 이래 경제학 박사가 연준 의장을 맡아온 기록도 깨졌다.

파월은 일단 전임자인 옐런 전 의장의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연준 의장 지명 후 상원에서 열린 인준 청문회에서 그는 “통화정책과 관련해 급격한 변화를 추진할 계획은 없다”며 “물가 목표 달성, 고용 상황 호전을 위해 금리를 어느 정도 더 올려야 하고 (연준의)보유자산 규모도 점차 더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완만한 긴축 기조의 통화 정책을 쓸 것이란 이야기다.

다만 시장에선 파월 재임기의 미국 경제 상황은 이전과 판이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옐런 전 의장의 재임기(2012~2018년)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약한 경기 회복세를 살리면서 시중에 풀린 돈을 조심스레 거둬들인 시대였다면, 파월은 회복 궤도에 오른 경제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금융안정을 위해 금리를 빨리 올리면 성장세가 꺾일 수 있고, 금리를 천천히 인상하면 자산 가격과 부채 비율이 위험 수위에 도달할 수 있다”며 “연준이 균형을 잡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ㆍ미 기준금리 추이 김문중 기자
한ㆍ미 기준금리 추이 김문중 기자

연준-정부 사이서 처신 쉽잖아

연준 통화정책의 또 다른 변수는 트럼프 정부의 경기 부양책과 연준 이사회 구성의 변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연준이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것을 기대하며 파월을 의장으로 임명했다는 속내를 드러낸 바 있다. 연준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해 실물 경기를 뒷받침해줄 것을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참석해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준 이사회(7명) 및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5명)는 금리 인상을 통한 통화 긴축을 선호하는 매파가 반대 성향인 비둘기파를 대체하고 있다. 연준 이사회에서는 비둘기파인 옐런이 의장직과 이사직에서 모두 물러나고, 매파로 분류되는 마빈 굿프렌드 카네기멜런대 교수가 합류했다. 매년 FOMC에 순환 참가하는 지역 연은 총재 4명(당연직인 뉴욕 연은 총재 제외)은 기존 비둘기파 3명ㆍ중도파 1명에서 매파 2명ㆍ중도 2명으로 교체됐다. 게다가 옐런의 최측근이던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은 총재까지 하반기에 물러날 예정이다. 파월의 처신이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트럼프(왼쪽) 대통령과 제롬 파월. EPA연합뉴스
트럼프(왼쪽) 대통령과 제롬 파월. EPA연합뉴스

월가 친화적, 금융규제 적극 풀까

파월 취임에 따른 또 다른 관심사는 연준의 금융규제 완화 정도다. 연준은 미국 내 은행 및 은행 지주회사, 국제금융기관 등을 관리하는 감독기구이기도 하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가 금융기관에 대한 방만한 감독에서 비롯했다는 진단 아래,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역할을 다시 분리하는 도드-프랭크법(2010년 제정) 등 금융규제를 강화하는 일련의 조치를 취했다. 옐런이 이끄는 연준도 이에 적극 호응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도드-프랭크법 폐기에 나서는 등 금융규제 완화를 정책 기조로 삼고 있다.

시장에선 파월이 2012년 연준 이사로 취임하기 전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 유력 투자은행 뱅커스트러스트 등 월가 금융기관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라는 점을 들어 금융규제 완화에 적극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파월은 지난해 6월 의회에서 “금융위기 이후 은행산업의 건전성이 크게 회복된 만큼 불필요한 규제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같은 해 11월 인준 청문회에서도 “현재 금융규제는 충분히 강한 수준”이라며 “개별 금융기관의 위험도(리스크)에 맞게 규제를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옐런과 통화정책 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파월을 연준 의장으로 택한 이유는 파월이 옐런보다 규제완화에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라고 분석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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