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 단일팀 의사소통 조화
매끄럽게 패스 잘 주고 받아
긴박한 순간의 소통을 위해
짧은 용어 정립 반드시 필요”

일주일 밖에 합동 훈련을 하지 않은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스웨덴(4일)과 평가전에서 기대 이상으로 조화를 이뤘다. 2라인에 레프트 윙 포워드로 들어간 정수현은 북측 선수 중 가장 돋보였다. 윙으로 스피드를 이용해 공격이 날카로웠고, 공간 활용도 잘했다. 아직 손발을 맞추지 않은 나머지 혼자 하려는 경향도 있었는데, 같은 조의 센터와 반대쪽 윙이 조금만 더 받쳐준다면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한다.
지금 정수현을 보면 2라인에 고정시켜도 좋을 것 같다. 1라인 공격진(박종아-이진규-최유정)에 진입하긴 어렵겠지만 네 번째 공격수부터는 거의 비슷한 기량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남은 기간 2라인 붙박이 선수들과 훈련을 좀 더 한다면 득점이나 어시스트 등 공격 포인트를 올릴 수도 있겠다. 북쪽에서 선수 한 명이 고정적으로 나온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4라인의 수비수 황충금이 출전 선수 22인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고도 출전하지 않았던 이유는 경기 상황 때문이었다. 점수가 3-1로 벌어지다 보니까 더 실점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세러 머리 감독이 조심스러운 운영을 했던 것 같다. 첫 실점 상황도 수비 쪽에서 패스미스가 곧바로 골을 허용했다. 4라인을 거의 운영하지 않다 보니까 3피리어드에서 선수들이 지쳐 잘 뛰지 못했다. 반면 스웨덴 선수들은 쌩쌩 잘 돌아다녔다. 축구는 경기 중간 걷기도 하면서 숨을 고를 수 있지만 아이스하키는 방향 전환이 많고, 계속 왔다 갔다 해야 해 체력 소모가 엄청 크다. 그래서 초반부터 3~4라인을 가동해야만 힘 안들이고 원활하게 팀이 돌아갈 수 있다.
가장 우려했던 선수들간의 의사소통은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경기를 보면 2라인에서 매끄럽게 패스를 잘 주고 받았다. 아이스하키는 패스 게임이다. 북측 선수들이 ‘패스 해’를 ‘연락하라’고 말을 하는데, 단어가 길면 긴박한 순간 잘 안 들릴 수 있다. 미국 출신 선수들은 당연히 더욱 못 알아 듣는다. 때문에 짧게 ‘패스’ ‘헤이’ ‘연락’이라고 딱 잘라 말하거나 선수 이름을 부르는 방법이 있다(실제 임대넬은 경기 중 패스 또는 연락이란 말을 많이 쓴다고 했다). 선수 시절 북한과 경기를 할 당시 들렸던 말은 ‘연락하라’가 대부분이었다.
공격을 나갔다가 수비로 전환할 때는 보통 우리 선수들은 ‘빽빽’(뒤로 돌아와) ‘헬프’(도와줘)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북측 선수들이 무슨 말인지 몰라 소통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기껏해야 일주일 훈련 했으니 아직 생소할 수밖에 없다. 북측 선수들이 우리 팀의 시스템에 녹아 드는 것만큼 긴박한 순간 의사소통을 위해 짧은 용어를 정립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심의식 국군체육부대 아이스하키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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