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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취업장관상 받은 업체가 시급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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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취업장관상 받은 업체가 시급 5000원

입력
2018.02.05 20: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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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 주 7일, 하루 6시간 노동

최저임금 3분의 2 수준도 못 받아

2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역 승강장에서 노인 안전요원이 뻥 뚫린 스크린도어를 주시하고 있다. 손영하 기자
2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역 승강장에서 노인 안전요원이 뻥 뚫린 스크린도어를 주시하고 있다. 손영하 기자

“허허… 노인네한테 최저임금은 무슨!”

5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역 동인천행 야외 승강장에서 만난 김모(70)씨. 체감온도 영하 14도, 한겨울 강추위에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방한 귀마개, 목도리 등으로 중무장을 하고 역내 안전요원으로 일하고 있던 그는 “올해 최저임금에 비해 시급이 너무 적지 않냐”는 질문에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김씨 일은 스크린도어 공사현장 안전을 지키는 것. 지난해 9월 공사가 시작되면서 이곳 승강장 스크린도어는 문이 닫히지 않고 뻥 뚫린 채 방치돼 있다. 허겁지겁 뛰어서 지하철을 타려는 사람, 휴대폰을 보며 부주의하게 승강장 끝으로 다가가는 사람들을 다치지 않게 하는 게 주된 일이다.

단 하루 휴일도 없이 주 7일, 하루 6시간 일하지만 김씨가 받는 돈은 월 90만원이 전부다. 일당 3만원, 시급 5,000원 꼴이다. 올해 최저임금(7,530원) 3분의 2에도 미치지 못하고, 5년 전 최저시급(4,860원)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다. 김씨뿐이 아니다. 그와 함께 이곳에서 일하는 18명은 모두 P사에 고용된 70대 노인으로 월급 수준은 고만고만하다. P사는 지난해 대한노인회와 보건복지부로부터 ‘노인취업 우수사업체’로 선정돼 복지부 장관상까지 받은 업체다.

노인 구직 인터넷사이트엔

최저임금 미만 지급 모집 수두룩

최저임금을 둘러싼 갈등이 연초 고용시장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고 있지만 노인에게는 딴 세상 얘기다. “돈보다는 일을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게 대부분 노인들 생각, 업체들이 이를 이용해 보다 싼값에 노동력을 구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의 불법이 저질러지고 있음에도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않고 있다.

실제 저임금 문제는 김씨가 소속된 P업체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노인 구직 인터넷사이트 ‘노인일자리센터’엔 최저시급에 한참 못 미치는 임금을 제시하는 모집 글이 넘쳐날 정도다. 한 지하철택배업체는 하루 9시간30분, 주 6일 일할 ‘신체 건강한 어르신’을 모집한다며 ‘월 100만원 이하’를 명시했다. 100만원을 시급으로 계산하면 4,300원. 또 다른 업체는 고된 육체노동이 필요한 청소노동자를 모집한다면서도 시급 6,300원을 주겠다고 적시했다.

정작 노인들은 “나이가 들었는데 별 수 있겠냐”는 반응 일색이다. 신길역에서 만난 고모(75)씨는 “이 나이에 다른 데 가서 무슨 일을 하겠나.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보단 낫다”고 했다. 인근 지하철역 공사장에서 일하며 시급 5,700원을 받는다는 엄모(77)씨 역시 “최저임금에 맞춰 줄 거면 나 보다 젊은 사람을 쓸 것 아니냐”고 씁쓸해했다.

분명 법 위반인데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는 고용노동부에 사업자를 신고할 수 있고, 이 경우 업체는 3년 이하 징역 혹은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일자리를 잃을 걱정에 적극적인 신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엔 적은 금액이라도 벌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노인이 많다”며 “연금제도부터 개혁해 노인들이 연금으로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노인일자리센터'의 한 모집 글. 최저시급보다 턱 없이 부족한 임금을 제시하고 있다. 노인일자리센터 홈페이지 캡처
'노인일자리센터'의 한 모집 글. 최저시급보다 턱 없이 부족한 임금을 제시하고 있다. 노인일자리센터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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