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퇴임한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이 “미국 주식 시장이 고평가 됐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최대 치적을 주가 상승으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옐런 전 의장의 발언은 민간인으로 돌아간 그가 트럼프 경제정책(트럼프노믹스)에 대한 최대 비판자가 될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옐런은 퇴임 하루 전인 2일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주가가) 너무 높다고 말하고 싶진 않지만, 높긴 높다. 주가수익비율(PER)이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에 근접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상업용 부동산 가격도 임대료 대비 상당히 높다. 이것이 거품인지 묻는다면, 이에 대해 답하긴 매우 어려운데, 어쨌거나 자산가격이 너무 높다는 우려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지난 주말 뉴욕 증시가 급락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 받고 있다.
지난 4년 간 비교적 성공적으로 미국 경제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옐런은 본인의 강력한 희망에도 불구, 연임에 성공하지 못했다.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Fed 의장은 연임을 인정하는 게 관행인데도,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게 워싱턴 정가의 정설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대선 기간에는 “금리를 거의 제로(0)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버락 오바마 정부를 돕고 있다”며 비판했지만, 지난해 9월에는 “주식시장의 성공을 응원한다. 나는 그녀(옐런)를 좋아하고 존경한다”고 높은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이런 이유로 옐런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연임 무산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다른 당 소속의 대통령으로부터 재임명을 받는 게 일반적이고, 계속 이 일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분명히 해 왔기 때문에 실망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옐런 전 의장이 둥지를 튼 자리가 민주당 성향의 ‘싱크탱크’라는 점도 연유야 어쨌든 그가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 입장을 취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옐런은 5일부터 워싱턴 소재 브루킹스연구소에 합류했는데, 이곳에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나토 사령관을 지낸 존 알랜 연구소장 등 민주당 정권 고위 관료가 대거 포진해있다. 옐런 의장은 “브루킹스에서 경제, 특히 노동 시장과 관련된 이슈를 계속해서 연구하고 다양한 경제적 문제에 관한 공공 정책 논의에 기여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