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 19개월 미만일 때 신장이식 후 생존율 99%
서울아산병원, 국내 첫 신장이식 5,000례 달성
콩팥(신장)은 우리 몸 속의 노폐물을 배출한다. 당뇨병을 앓으면 혈당이 지속적으로 올라가 몸 속 곳곳에 있는 혈관이 손상된다. 콩팥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혈액과 노폐물을 걸러내는 콩팥 혈관꽈리(사구체)의 여과 기능이 떨어져 콩팥이 망가지게 된다.
고혈압도 콩팥 사구체 내 압력을 높여 콩팥 기능이 서서히 떨어진다. 당뇨병과 고혈압으로 콩팥 기능이 90% 이상 떨어지면 말기신부전증(만성 콩팥병)이 된다. 이 때 투석(透析) 치료를 받는데, 이를 위해 1주일에 몇 차례 병원을 찾아야 해 환자 삶의 질은 크게 떨어진다. 콩팥병을 완치하는 길은 신장 이식 수술밖에 없다. 매년 5,000~6,000명이 당뇨병이나 고혈압으로 콩팥이 망가지는 신부전증이 생기면서 신장 이식이 더 필요해지고 있다.
그런데 투석 기간이 짧을수록 신장 이식 후 생존율이 높고, 이식 거부반응도 낮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덕종ㆍ김영훈ㆍ신성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신장이식팀은 2005~2016년 생체 기증자의 콩팥을 이식 받은 환자 2,898명의 생존율을 자체 분석한 결과에서다.
연구진에 따르면 투석하기 전에 신장 이식을 받았거나, 투석 치료 기간이 19개월 미만으로 짧았던 환자군의 이식 후 생존율이 각각 99.3%와 99%였다. 19개월 이상 투석한 환자군의 생존율은 97.2%로 그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19개월 이상 투석한 환자군의 이식 거부 반응률은 22.8%로 투석하기 전 신장 이식을 받은 환자(17.1%), 19개월 미만 환자군(16.8%)보다 높았다.
최근 말기 신부전 환자가 삶의 질을 고려해 투석 전 신장 이식을 하는 사람이 늘어 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투석 전 신장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는 초기엔 11.5%(1990~2000년), 12.3%(2001~2010년)였지만, 2011~2018년 1월엔 16.1%로 상승했다.
당뇨병과 고혈압 합병증으로 콩팥이 망가져 신장 이식 수술을 받는 환자도 크게 늘었다. 1990~2010년 신장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 중 당뇨병과 고혈압 환자 비율이 각각 11%, 4%였지만, 2011~2018년 1월엔 각각 25%, 14%로 2배 이상 늘었다.
한 교수는 “투석할 때 적합한 기증자만 있다면 장기간 투석보다 조기에 신장 이식 수술을 받는 게 생존율과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 신장이식팀은 지난 8일 국내 처음으로 5,000번째 신장 이식 수술을 달성했다. 뇌사자 신장 이식을 포함한 5,000례 신장 이식 전체 생존율은 96%(1년), 90%(5년), 80.9%(10년)였다. 특히 4,000례를 기록한 2015년 2월 이후 신장 이식 생존율은 세계 유수 장기이식센터와 대등한 99%(1년)와 97.7%(5년)를 기록했다. 국내 신장 이식 수술이 장기 생존율과 삶의 질을 보장하는 말기 신부전 치료법으로 다시 한 번 증명한 것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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