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페어부문 할리 윈저
지난해 세계 주니어 우승
호주 원주민 출신 국가대표가 평창 동계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호주 원주민 출신이 동계 올림픽에 출전하는 건 처음이다.
주인공은 지난해 세계 주니어 챔피언십과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스케이팅 페어부문 우승을 차지한 할리 윈저(22). 윈저는 4일(현지시간)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빙판 위에서 나의 성취가 호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가 처음 스케이트를 타게 된 일은 운명과도 같았다. 시드니 로티힐의 원주민 거주지역에서 9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그가 스케이트를 처음 접한 때는 8살 때. 아이들을 태우고 운전하던 어머니가 길을 잃었고, 그곳에는 허름한 스케이트장이 있었다. 잠시만 스케이트를 타고 오겠다던 윈저가 한참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자 어머니는 그를 찾아나섰는데, 어머니는 그곳에서 천연덕스럽게 스케이트를 타고 있는 윈저를 발견했다.
스케이트를 접한 윈저는 앞뒤 가리지 않고 빠져들었다. 윈저는 어린 나이에도 스케이트를 구입한 뒤 홀로 동네에서 심부름을 해가며 할부로 스케이트값을 갚아 나갔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어머니도 윈저를 전폭적으로 밀어주게 됐다. 윈저의 어머니는 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와 인터뷰에서 “할리가 12살 때 처음 국제대회를 나가면서 자신은 언젠가 올림픽 호주 국가대표가 되겠다고 선언했었다”고 돌아봤다.
재능은 뛰어나고 열의는 넘쳤지만 윈저 역시 공공연한 인종차별에 좌절해야 했다. 그는 대학시절 많은 이들에게 모욕을 당했고, 후일 “간신히 이를 극복했다”고 털어놓았다. 원주민 혈통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지만 그는 피부색이 밝다는 이유로 ‘진짜 원주민이 아니다’라는 시선도 감내해야 했다.
파트너 예카테리나 알렉산드로프스카야(18)와 함께 14일 평창에서 결전을 치르는 그는 BBC에“사람들이 내 겉모습에만 주목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내가성취하는 일들이 다른 원주민이 새로운 분야의 성공에 도전할 수 있는 동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주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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