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 금리 상승에 일제히 급락
“연준 올해 4차례 금리 인상” 관측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이 취임하자마자 ‘금융시장 안정’이란 첫 과제를 떠안았다. 공식 임기 시작 하루 전인 지난 2일(현지시간) 미 증시가 2%대 하락한 데 이어 취임식이 열린 5일에도 아시아 증시가 동반 급락하는 ‘검은 월요일’(블랙 먼데이)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는 5일 33.64포인트(1.33%) 하락한 2,491.75로 주저 앉으면서 16거래일 만에 2,500선을 내줬다. 코스닥 지수도 무려 41.25포인트(4.49%) 급락하며 858.22로 마감됐다. 5거래일 연속 하락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의 닛케이 225지수와 대반 가권지수도 각각 2.55%, 1.62% 떨어졌다.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도 0.43% 하락했다.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던 코스피가 갑자기 추락한 것은 미 채권 금리의 가파른 상승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2일(현지시간) 2.841%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29일(2.410%)에 비해 0.431%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단기 국채인 2년물 금리도 같은 기간 0.258%포인트 올라 2.145%를 기록했다. 미 국채 금리가 오르자 외국인은 신흥 시장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다. 외국인은 5일 코스피에서 4,548억원 어치 순매도했다. 이에 환율도 급등했다. 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8.8원(0.82%) 오른 1,088.5원으로, 지난해 12월 21일 이후 2개월만에 1,080원대로 올라섰다.
시장에선 연준이 올해 기준 금리를 최대 4차례 올릴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가 최근 투자은행들을 대상으로 집계한 ‘2018년 미국 금리인상 횟수 컨센서스’에 따르면 미국이 연내 3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예상한 비율은 34.9%로, 2차례(31.8%) 예상보다 많았다. 4차례 인상할 것이라는 의견도 17.4%에 달했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 국채 금리 상승은 시장이 예측하고 있는 연준의 금리 인상 횟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점과 유가 상승, 유럽중앙은행(ECB)의 긴축 가능성 등이 종합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와 ‘유동성’으로 유지돼온 증시가 미 국채 금리 상승이란 악재를 계기로 조정기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다만 본격적인 하락세로 기조가 바뀌는 것이라기 보다는 차익 실현에 따른 자연스런 조정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기준금리 인상이 얼마나 빨리 이뤄질 지 여부는 오는 3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새 의장의 성향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변준호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 국채 금리가 다소 빠르게 상승한 것은 맞지만 크게 보면 경기 회복세를 반영하는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벤 버냉키, 재닛 옐런 연준 의장 취임 당시에도 새로운 의장에 대한 불확실성 우려로 증시가 조정을 겪곤 했다”며 “파월 신임 연준 의장은 옐런 전 의장의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큰 만큼 새 의장의 ‘완만한 긴축기조’가 확인되면 금융시장 불안도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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