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의 무대 복귀를 앞둔 ‘1세대 아이돌’ H.O.T가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복귀에 대한 기대감은 물론 H.O.T 팬클럽을 상징하는 흰색 비옷 공동구매 열풍까지 일고 있다. 당시 10~20대였던 팬들은 이제 30~40대로 접어들었지만 관심만큼은 예전 못지 않다.
5인조 댄스 그룹 H.O.T는 15일 일산 MBC드림센터 공개홀에서 녹화하는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통해 복귀할 예정이다. ‘무한도전’은 1일부터 오는 7일까지 홈페이지에서 참가신청을 받고 있다.
팬들의 반응은 뜨겁다. 무한도전 H.O.T 공연신청 게시판에는 5일 오전까지 900개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방청권이 제발 당첨됐으면 좋겠어요’(정**), ‘남편한테 허락 받았어요. 꼭 가고 싶어요’(오**) 등 기대를 담은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장소와 시간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MBC드림센터 공개홀이 800석 규모여서 턱없이 좁고, 15일이면 설 전날이라 명절 준비 때문에 공연장에 갈 수 없다는 불만이다. ‘팬이 100만명은 될 듯한데 상암 월드컵경기장으로 장소 변경해주세요’(박**), ‘팬들은 거의 다 30대, 시댁 가야 하는 며느리들은 어쩌라고 이러세요’(김**) 등의 내용이 게시판에 올라왔다.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는 4일 MBC ‘섹션TV 연예통신’을 통해 “H.O.T 멤버 5명과 ‘무한도전’ 멤버 6명이 동시에 촬영 가능한 날짜가 딱 2월 15일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공연장에 대해서도 “날씨 예보를 보면 낮에도 영하인 상당히 추운 날씨다. 안전상 그 장소(잠실 주경기장)는 불가능할 것 같아서 가장 적합한 장소로 공개홀을 생각했다”면서 계획을 변경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공연 날짜와 장소를 바꿔달라는 요청은 아직 끊이지 않고 있다.
H.O.T의 복귀 날짜가 다가오면서 팬들은 바빠졌다. 지난달 말부터 중고 물품 사이트와 각 지역의 ‘맘 카페’ 등에는 H.O.T 팬클럽을 상징하는 하얀색 비옷을 산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지난달 31일에는 기존 H.O.T 팬클럽이 주축이 돼 네이버에 ‘CLUB H.O.T. 우리들의 노래는 끝나지 않았다’ 카페를 개설하고 풍선, 비옷 등으로 구성된 응원세트 공동구매를 시작했다. 이 카페는 H.O.T 복귀 무대를 위해 임시로 만든 이벤트 카페이지만 개설 5일 만에 회원 수 1,400명을 돌파했다.
H.O.T 팬이 아니라도 30, 40대들은 들뜬 분위기다. 직장인 최모(42)씨는 “H.O.T 노래를 들으며 군 생활을 했는데, H.O.T가 복귀한다면 그 때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를 것”이라고 했고, 주부 박모(39)씨는 “나와 같은 또래인 H.O.T 멤버들이 17년 만에 다시 무대에 선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렌다”고 말했다.
H.O.T는 1996년 9월 ‘전사의 후예’로 데뷔해 ‘캔디’ ‘행복’ ‘열 맞춰’ ‘빛’ 등 히트곡을 남겼다. 아이돌 최초 연간 최대 음반 판매량, 방송 3사 연말대상 최초 석권, 한국 가수 최초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공연 매진 등을 기록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팬 카페 회원 17만8,000명, 공식 유료 팬클럽 최초 10만명 돌파라는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2001년 팀 해체 후 강타(39)와 문희준(40)은 SM엔터테인먼트에 남아 솔로 앨범을 냈으며 장우혁(40), 토니안(40), 이재원(38)은 SM엔터테인먼트에서 나와 프로젝트 그룹 jtL을 결성했다가 각각 솔로로 활동 중이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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