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봅슬레이 원윤종-서영우. /사진=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봅슬레이ㆍ스켈레톤 국가대표 선수들의 육중한 몸이 바이브레이션 기기에 흔들리고 고속 카메라 5대는 이상화(29ㆍ스포츠토토)의 출발 자세를 꼼꼼히 교정한다. 첨단 영상 장비는 최재우(24ㆍ한국체대)의 약점을 족집게처럼 잡아내는 등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나설 태극전사들의 성적 향상 이면에 숨은 스포츠 과학이 주목 받고 있다.
1,000분의 1초를 다투는 각종 동계 스피드 종목의 기록 단축을 위해 뒤에서 묵묵히 땀을 흘린 숨은 조력자들은 한국스포츠개발원 연구위원들이다. 1980년 설립된 개발원의 스포츠과학실 소속 연구위원 23명 등 50여명은 2015년부터 특별보조금 20억원을 추가로 교부 받아 선수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왔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에 이어 안방에서 개최되는 평창올림픽에서 수확을 도모하고 있다.
개발원에 따르면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 3연패를 노리는 이상화는 스포츠 영상분석과 운동역학 프로그램을 통해 부족한 2%를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장 출발선 부근에 초당 120장을 촬영하는 고속카메라 5대를 설치한 뒤 육안으로는 가늠하기 힘든 장면을 잡아 편집하고 수치화했다. 저장소에 보관된 데이터는 3차원(3D) 입체기술로 동작을 변환해 분석했고 선수와 코치들은 해당 자료를 토대로 문제점과 자세를 교정했다. 이를 통해 점점 안정되는 이상화의 스타트를 보면서 개발원은 내심 금빛 레이스를 그린다.
봅슬레이ㆍ스켈레톤 국가대표 선수들에게는 생소한 바이브레이션 요법이 적용됐다. 선수들의 기록은 체력과 집중력 등의 영향으로 2차 시기 기록이 1차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그 사이 바이브레이션 요법을 사용하면 효과를 본다고 개발원은 파악했다. 진동이 있는 패널 위에 올라가 30초씩 3~5세트를 서 있다가 내려오면 선수들의 몸이 달궈지고 근신경계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라는 게 개발원의 설명이다. 선임연구원인 민석기 박사는 “봅슬레이ㆍ스켈레톤은 스타트 구간인 초반 45m가 매우 중요한데 바이브레이션을 이용하면 이 구간 속도가 0.03~0.04초가량 빨라진다”고 말했다.
윤성빈(24ㆍ강원도청)은 2016년과 2017년 여름 두 차례 비시즌 동안 진천선수촌에서 스포츠 과학 분석을 토대로 집중훈련을 받으며 비약적인 성장을 거둔 사례로 꼽힌다. 연구팀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윤성빈에게 최적화된 웨이트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허벅지 근육을 강화하고 좌우ㆍ앞뒤 균형을 맞추는 작업이다. 꾸준한 맞춤 훈련은 허벅지 앞쪽 대퇴 4두근을 기준으로 뒤쪽 햄스트링 근육 비율을 오른쪽은 61%에서 69%로, 왼쪽은 42%에서 50%대로 끌어올렸다. 좌우 근육 균형을 맞추면서 윤성빈의 100m 기록은 2016년 11초 64에서 지난해 11초 06으로 0.58초나 단축했다. 뜀틀을 넘는 반복훈련을 통해 서전트 점프는 107㎝로 키웠다.
모글 스키의 희망 최재우는 부진의 원인인 턴 동작의 잦은 실수를 잡아낸 것이 큰 성과다. 개발원에서 최재우의 경기 장면을 다각도로 촬영해 분석한 결과 턴 동작에서 중심이 뒤로 빠지고 무릎이 벌어지는 경향을 포착했다. 이후 코치들과 함께 연구해 올 시즌 월드컵에서 4위만 세 번을 차지할 정도로 눈에 띄는 기량 향상을 이뤘다.
민석기 박사는 “최근 몇 년간 두각을 보인 썰매 종목(봅슬레이ㆍ스켈레톤)은 평창을 대비해서 4년간 장기적으로 지원했다”며 “2014년이 도입부였고 2016년을 거쳐 2017년 많은 발전을 이뤘다. 개발원의 역사가 38년째인데 기존에 축적된 자료에다 해외 문헌들을 토대로 프로그램을 짠다. 담당별 연구위원이 있어 축적된 데이터를 사용하고 볼 수 있는 체제가 구축됐다. 다른 데서 할 수 없는 것들이다. 한 종목을 계속 하다 보면 선수들의 부상 위험이 적어지기도 하는 걸 목격한다”고 설명했다.
개발원 관계자는 “엘리트 스포츠뿐 아니라 국민 건강 쪽으로도 과제를 하고 업무 수행도 하고 있다”면서 “대표적인 것이 국민체력 100 사업으로 개발원에서 맡아서 한다”고 전했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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