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66)과 최순실씨(62)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0)이 5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이에 그동안 항소심 재판을 이끌며 이날 사실상 1심 판결을 뒤집은 정형식 부장판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이날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67, 부회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64, 사장)에게는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65)에게는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황성수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전무(56)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은 최 전 부회장과 장 전 사장에게 각각 징역 4년의 실형을, 박 전 사장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황 전 전무에게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었다.
서울고법(법원장 최완주)은 지난해 형사 재판부를 기존 12개에서 13개로 늘렸다. 사건이 많아 재판이 정체되는 경향이 있어 재판부를 늘려야 한다는 논의가 꾸준히 있었다는 점과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 재판이 늘어나고 있는 점이 영향을 줬다.
정 부장판사는 새롭게 신설된 형사13부를 맡으면서 이 부회장의 항소심을 심리하게 됐다.
정 부장판사는 1961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뒤 제2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17기)을 수료한 뒤에는 수원지법 성남지원, 서울가정법원, 서울중앙지법 서울고법 등에서 판사로 근무했다. 2001년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뒤에는 청주지법 부장판사 수석부장판사, 수원지법 부장판사,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수석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그는 형사, 민사, 행정, 가정 등 다양한 재판을 맡아 풍부한 경륜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5년에는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발표한 법관평가에서 우수법관 8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우수법관은 공정한 재판 진행과 절차 엄수로 재판을 충실히 진행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는 법관이 선정된다.
정 부장판사는 서울고법 형사6부 재판장을 맡을 당시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55)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한명숙 전 총리(74)의 항소심을 맡았다.
당시 정 부장판사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 추징금 8억 8302만2000원을 선고해 주목받기도 했다. 그는 "한 전 총리의 금품수수 당시 지위, 수수 명목 규모 등에 비춰 죄질이 무겁고 일부 사적으로 사용한 점을 감안했다"며 "책임을 통감하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비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등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국회의원인 점 등을 고려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또 지난 2013년 박정희정권 시절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던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62, 현 서울시교육감)의 재심을 맡아 34년 만에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정 부장판사는 "긴급조치 9호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등 위헌 무효"라며 "위헌 무효인 긴급조치 제9호가 적용된 이 사건은 무죄"라고 판단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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