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펠릭스 로흐/사진=로흐 트위터
최대 시속이 150km에 이르는 스포츠가 있다. 동계 스포츠 썰매 종목인 루지다. 속도가 워낙 빨라 자칫 사고라도 나면 생명이 위험해진다. 누워서 발부터 내려오는 방식으로 썰매를 타는 루지는 경기 특성상 시야 확보가 어려워 썰매 종목 중 유일하게 사망사고가 발생한다. 루지의 사망사고 역사는 196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던 인스브루크 동계올림픽 당시 영국 선수가 훈련 도중 사망했고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도 조지아의 노다르 쿠마리타슈빌리가 훈련을 하다가 쇠기둥에 충돌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밴쿠버올림픽 이후 국제루지연맹이 ‘설계 시의 측정치를 기준으로 최대 시속이 135㎞를 넘겨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까닭이다.
이렇게 공포감이 극에 달하는 속도로 얼음을 파헤치고 내려가는 루지에서 2009년 시속 153.97㎞를 기록한 사나이가 있다. 루지 황제라고 불리는 알렉스 로흐(29ㆍ독일)가 주인공이다.
한국에 쇼트트랙이 있듯 썰매 최강국인 독일은 특히 루지 종목에서 압도적인 역사를 쌓아왔다. 역대 올림픽 루지에서 나온 금메달 44개 중 31개를 독일이 쓸어갔다. 4년 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4개의 금메달을 독식했고 중심에 남자 싱글ㆍ팀 계주에서 우승한 로흐가 있었다.
로흐는 유전자(DNA)부터가 다르다. 동독의 루지 국가대표를 지낸 아버지 노르베르트 로흐(55)로부터 질주 본능을 물려받았고 세계 최고의 훈련 시설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은 덕도 지금의 그를 있게 만든 힘이다.
속도 제한이 없던 지난 2009년 시속 153.9㎞로 루지 최고 속도 세계 기록을 갈아치웠고 약관이던 만 20세 때 출전한 밴쿠버 대회에서 남자 싱글 금메달을 획득하며 루지 역대 최연소 우승자라는 칭호를 얻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정조준하는 로흐는 남자 싱글ㆍ팀 계주를 통해 개인 통산 올림픽 금메달을 5개로 늘릴 가능성이 높다. 동기부여도 뚜렷하다. 그가 남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면 1992년 알베르빌ㆍ1994년 릴레함메르ㆍ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 걸쳐 루지 남자 싱글 3연패를 이룬 독일의 게오르그 해클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올림픽 3연패자로 우뚝 선다. 2022년 베이징에서 올림픽 4연패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 작성을 위해서는 평창에서 반드시 금맥을 캐야 한다.
최근 분위기는 상승세다. 로흐는 1월 29일 끝난 2017∼2018시즌 국제루지경기연맹(FIL) 13차 월드컵 1인승 경기에서 2위(1분 36초 769)에 오르며 올 시즌 총 13개 월드컵 랭킹 포인트를 923점으로 끌어올려 종합 1위에 올랐다. 개인 6번째 월드컵 시즌 우승 타이틀이다.
그러나 강력한 경쟁자가 존재한다. 루지 신성으로 떠오른 러시아의 로만 레필로프(21)다. 레필로프는 지난 시즌 월드컵 종합 우승을 거머쥔 실력자다. 로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인터뷰에서 "평창 트랙의 코너 하나하나를 완벽하게 분석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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